2025년 전면 시행 고교학점제, 충분한 여론수렴부터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김도훈 부산일보 청소년기자( 해강고 2)

지난달 26일 열린 고교학점제 선도지구 업무협약 체결식. 부산일보DB

현재 초등학교 6학년이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2025년부터 고교학점제가 전면적으로 실시된다. 고교학점제는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에 따라 다양한 과목을 자유롭게 선택 ·이수하고 누적학점이 기준에 도달할 경우 졸업을 인정하는 제도이다. 대학에서 이수학점을 다 채우면 학위를 받아 졸업하는 것과 유사하다. 학생의 자율성이 최대한으로 보장된다는 점에서 분명 좋은 제도임은 틀림이 없다.

취지 좋으나 대학입시와 배치 가능성
대입제도 개편 없인 현장서 무용지물

하지만 제도의 시행 전에 점검해야할 사항이 너무나 많다. 가장 우선적으로 대입제도는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현행 대입은 국어, 영어, 수학 등 주요 과목의 교과성적과 학생부 비교과 활동을 바탕으로 수시선발을 하고 수능으로 정시선발을 하는 체제로 이뤄져 있다. 이 때문에 특정과목 쏠림현상이 나타날 수 있고 대입과 관련 없는 과목은 개설조차 어려울 수 있다. 교육부는 여러 학교를 연합해 강의를 개설하는 방향을 제시했지만, 한 학교 내에 과목 개설이 가능한 도시 학교가 그렇지 못한 시골 학교와 연합해 강의를 할 이유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수시든 정시든 대입에서 주요 과목의 성적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대입 제도의 개편 없이는 고교학점제는 학교현장에서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크다. 또 대학생처럼 고교생이 수업을 선택하고 시간표를 짜면 수업이 비는 공강 시간이 나올 수 있다. 교내에서 이 공강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기존의 고등학교 시간표는 정해진 시간에 계속적으로 수업을 듣는 구조로 돼 있기 때문에 공강 시간에도 학생들의 자율적인 활동이 실질적으로 반영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고교학점제는 우리나라 청소년 교육의 핵심을 바꾸는 중요한 사안이다. 이 때문에 시행전까지 기간 동안 발생 가능한 오류들을 충분히 검토하고 수정 보완하는 일이 선행되어야 한다. 정책의 시행 일정에 따라 무리하게 추진하기보다는 각계각층의 여론을 수렴하는 일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고교학점제 시행의 당사자인 고교생들에게 제도 시행의 취지와 내용을 충분히 설명하고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