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5월의 따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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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이 있는 5월이면 나도 모르게 떠오르는 동요가 더러 있다. ‘보일 듯이 보일 듯이 보이지 않는/ 따옥 따옥 따옥 소리 처량한 소리/ 떠나가면 가는 곳이 어디메이뇨/ 내 어머니 가신 나라 해 돋는 나라.’ 아동문학가 한정동 선생이 192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발표한 동시에 작곡가 윤극영 선생이 곡을 붙인 ‘따오기’는 자꾸 듣거나 부르면 이상하리만치 울컥해진다. 이 동요가 발표되자 일제는 민족 감정을 자극하는 것으로 간주해 노래를 못 부르도록 막았다고 한다. 내용과 곡조, 처량한 울음의 따오기 이미지가 서로 겹쳐 민족의 애환이 집단무의식으로 남은 것일까. 어린 시절 잠시 듣고 마는 경우가 대부분인데도, 한국인이라면 저 애달픈 노래에 마음 깊이 사로잡힌다.

따오기는 한반도의 흔하디흔한 새였다. 중국 북부, 러시아 우수리 지역에서 번식해 중국 남부와 한국·일본에서 월동하는 철새였으니 봄·가을 이동할 때나 겨울철 월동 시기에 우리나라 어디서나 볼 수 있었다. 그 존재는 우리 중세국어 문헌에서도 확인된다. 16세기 문헌에 ‘다와기’, 19세기 초 문헌에 ‘다오기’가 나오는데, 19세기 중반 이후 ‘따오기’로 변한다는 게 학자들의 연구다. 발표 당시 동요 ‘따오기’의 원래 제목도 ‘당옥이’였다. 이는 ‘다오기’에 ‘ㅇ’이 첨가된 어형으로 북한말의 하나라고 보는 것이다.

그런 따오기의 개체 수가 급격히 줄어든 건 국토를 망가뜨린 한국전쟁과 이후 농약이 보편화된 영농 방식의 변화로 서식지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1979년 비무장지대에서 목격된 것을 마지막으로 따오기는 우리나라에서 자취를 감춘다. 따오기의 이런 처지는 일본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산림 파괴와 환경 오염, 무분별한 남획을 저지른 인간이 바로 멸종의 주범이다.

최근 따오기가 국내 처음으로 자연 번식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2008년 한·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중국에서 4마리의 따오기를 들여오면서 시작한 복원 사업의 결실이다. 2년 전 경남 창녕군 모곡 마을에 방사한 따오기 부부가 두 개의 알을 낳았고 여기서 새끼들이 부화한 것이다. 따오기의 자연 정착과 복원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에서 경사로운 일이다. 우리 생태계의 건강성 회복과 생물종 다양성 차원에서 그 의미가 작지 않다. 따오기는 우리 민족의 정신을 일깨우는 역사의 복원 작업과도 무관치 않다. 인간 욕심에 대한 경종이요, 동시에 상처를 쓰다듬는 치유의 상징이라 할 만하다.

김건수 논설위원 kswoo33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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