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디지털 혁신공유대학, 지방대는 결국 들러리인가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지역 대학 육성지원 방안으로 나온 ‘디지털 혁신공유대학’이 수도권 대학만 좋은 일을 시킬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결국 현실이 되었다. 교육부 등의 사업 선정 결과 디지털 혁신 분야에서 사업을 이끌 8개 컨소시엄의 주관대학을 1개 분야만 제외하고 수도권 대학이 독식했기 때문이다. 부산 지역 대학 중에선 경남정보대(에너지신산업), 동의대(바이오헬스), 부경대(지능형로봇), 부산대(에너지신산업) 등 4곳이 참여대학으로 선정되는 작은 성과가 있었다. 하지만 부산대가 미래자동차 분야 주관대학으로 컨소시엄을 꾸렸으나 국민대 주관 컨소시엄에 밀려 탈락한 점이 못내 아쉬웠다.

정부, 지역소멸 막는 혁명적 대책 내놓고
유망 미래산업 분야 특성화 박차 기해야

교육부는 주관과 참여대학을 합치면 수도권 23개 대학과 비수도권 23개 대학 배정으로 비율을 1대 1로 맞췄다고 성과를 자평하는 분위기로 보인다. 외형적으로는 맞는 말이지만 내막은 전혀 다르다. 공유대학은 전체 사업을 설계하는 주관대학 중심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주관대학은 지역 업계와도 협업을 강화할 수 있어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된다. 부산지역 대학에는 자동차 관련 학과가 전국 3위에 해당할 정도로 많다. 자동차 부품업체 또한 300곳이 넘지만 생산성이 낮고 연구개발(R&D) 계획이 없는 곳이 절반이 넘어 미래가 불투명한 형편이다. 부산대가 미래자동차 주관대학으로 선정되었으면 지역 자동차 부품산업에도 새로운 혁신의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혁신공유대학은 지방 대학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탁상 정책에 불과했다. 수도권 대학과 비수도권 대학의 역량 격차가 큰 상황에서 사업이 진행되면 비수도권 대학은 들러리가 되기에 십상이다. 그래서 애초에 부산대 등 9개 지역거점국립대학들이 주관대학에 비수도권 대학 할당제가 필요하다면서 한목소리를 낸 것이다. 정부가 지방 대학을 살리려는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한 번 기울어진 운동장은 그 기울기가 갈수록 가팔라진다. 지방 대학의 위기 해소와 지역소멸을 막기 위해서는 말만의 혁신이 아니라, 혁명적인 대책이라도 내놓아야 한다. 그게 장기적으로는 수도권도 사는 길이다.

부산대를 비롯한 지역 대학들도 교육부만 원망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혁신공유대학 선정 결과를 통렬한 반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3개 분야에 선정된 서울대를 제외하더라도 강원대, 계명대, 상명대, 서울시립대, 전북대, 전주대, 중앙대 등 9개 대학이 복수 분야에서 선정됐다. 전남대는 요즘 가장 각광받는 인공지능 분야에 주관대학으로 선정되었다. 전남대가 성균관대·경북대 등 참여 대학과 함께 AI 공동 교과목을 만들고 융합 전공으로도 확장한다니 부러울 따름이다. 지방 대학은 여러 분야를 다 잘하기 어렵다. 유망한 미래산업 분야에 대한 특성화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