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종패가 희망” 갈미조개 인공 종패 첫 생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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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3일 개량조개(갈미조개의 정식 명칭)의 인공종패 방류가 처음 이뤄졌다. 이날 방류가 있기 전까지 개량조개의 인공종패를 만들 수 있는지도 몰랐다.

그동안 개량조개의 인공종패는 누구도 만들지 않았고 만들 수 있는 이도 없었다. 종패를 만들더라도 이를 구매할 수요자가 없었기 때문이다. 부산시수협은 최근 2~3년 전부터 개량조개가 낙동강 하굿둑 일대에서 거의 발견되지 않자 종패 방류를 결정했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개량조개의 종묘를 만들 수 있는 이가 없었다. 수소문 끝에 부산시수협은 조개류의 종묘에 있어서 명성이 자자한 경남 거제 은파수산 이기택 대표를 찾았다.

거제 은파수산 이기택 대표
1년 각고 노력 끝 방류 성공
갈미조개 전업 양식 어민 없어
종패 기술 사장 가능성 높아
지자체들 각별한 관심 절실

이 대표는 1983년 국립수산과학원에서 조개 분야를 연구했던 인재다. 특히 전복이 그의 전공이었다. 그는 1988년 프랑스로 유학을 가게 됐는데, 이때 종패의 중요성을 깨쳤다. 이 대표는 “프랑스는 이미 굴 양식이 본격화될 정도로 우리나라보다 조개류에 관한 연구가 앞서 있었다”며 “우리도 언젠가는 기르는 양식의 시대가 올 것인데 그때는 종패를 확보한 쪽이 경쟁력을 가지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여러 차례 실패도 겪었다. 한 번 실패할 때마다 어마어마한 경제적 어려움을 얻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종패 생산의 길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 결과 이 대표는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왕우럭조개의 종패를 만들었고, 국내 최초로 피조개 인공종패를 대량으로 생산해내기도 했다.

이 대표는 과거의 경험을 통해 개량조개의 종패 생산도 1년간의 연구 끝에 완성해냈다. 이 대표는 “코끼리조개의 종패를 만든 경험들을 통해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봤고 부산 특산물인 개량조개의 종패를 만들 수 있게 돼 부산이 고향인 사람으로서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인공종패를 만들었다고 해서 개량조개의 대량 양식이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개량조개의 종패 생산 기술은 확보했지만, 일회성에 그칠 가능성도 크다. 개량조개를 키우는 어민들도 김 양식이나 다른 양식을 하며 부가적인 수입을 얻기 위해 하는 것이지 개량조개만을 위해 양식을 하는 이가 없다. 그래서 이 대표가 힘들게 만든 종패기술은 결국 사장될 가능성도 크다.

이 때문에 부산시수협은 부산시를 비롯한, 지자체의 관심을 부탁했다. 개량조개가 지역의 소중한 자원이라는 판단에서다. 특히 개량조개의 주 생산지인 낙동강 하굿둑 일대는 에코델타시티, 가덕도 신공항 건설은 물론 하굿둑 개방 문제까지 다양한 변수들이 즐비하다. 그래서 앞으로 개량조개가 얼마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개량조개는 환경 변화에 민감도가 커 이러한 우려가 더 크다. 부산시수협 관계자는 “개량조개 종패기술이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시장이 지속적으로 있어야 한다”며 “지역의 자산을 지키기 위해 지자체들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사진=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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