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력 과신한 무리한 운동 ‘탈장’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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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100명 중에 4~5명이 탈장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운대부민병원 이정삼 단일공 복강경 수술센터장이 탈장 환자를 수술하고 있다. 해운대부민병원 제공

50대 직장인 A 씨는 코로나19로 인해 올 초 재택근무를 시작하면서 활동량이 급격히 줄어 체중이 10kg가량 증가했다. A 씨는 단기간에 감량해야 한다는 생각에 헬스장에서 매일 3시간씩 강도 높은 운동을 시작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이상 증상을 감지했다. 사타구니 근처에 탁구공만 한 볼록한 무언가가 튀어나온 것이다. 통증은 없었지만, 눈에 두드러지는 신체 변화에 병원을 찾은 A 씨는 검사 결과 탈장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다행히 검사 후 단일공 복강경 탈장 수술을 받아 빠르게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었다.

통증 심하지 않다고 방치 땐
혈액순환 장애·장기 괴사 등
심각한 합병증 일으킬 수도
수술 외 다른 치료법 없고
복강경 수술 재발률도 낮아

■국민 100명 중 4~5명 탈장 경험

고강도 운동으로 인해 사타구니 부위 연조직(근육, 힘줄, 인대 등)이 긴장되거나 파열돼 생기는 탈장을 흔히 ‘스포츠 탈장’이라 부른다. 주로 스포츠선수들에게 발생해 결정적인 순간 발목을 잡아 온 ‘스포츠 탈장’은 증상이 심해지면 장이나 장을 싸고 있는 막이 복강 밖으로 탈출하는 서혜부(사타구니) 탈장으로 진행할 수 있다.

보통 축구, 야구, 럭비 등 몸을 앞으로 굽히거나 다리 운동이 많은 종목 선수에게서 자주 발생하며, 실제로 잉글랜드 프로축구(EPL)의 프랭크 램파드, 앨런 시어러를 비롯해 박찬호, 김남일, 추성훈, 구대성 등 국내외 스타 선수들이 탈장으로 고생한 바 있다.

최근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100명 중 4~5명가량이 탈장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생활 스포츠 인구가 늘어나면서 격렬한 운동을 즐기는 2050세대 남성에게서 탈장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탈장은 내장을 지지해 주는 근육층인 복부 안쪽 벽이 약해지거나 구멍이 나면서 장이 바깥으로 밀려 나오는 증상이다. 복벽이 약해진 곳 어디에서나 발생할 수 있지만, 사타구니에 생기는 서혜부 탈장이 가장 흔하다. 주로 사타구니 내 얇은 근육이나 힘줄 또는 인대가 뒤틀리거나 찢어져 발생한다. 운동을 지나치게 많이 하거나 복압을 급격히 상승시키는 고강도 운동을 반복하게 되면 복벽에 균열이 생겨 탈장 위험이 커진다.

해운대부민병원 이정삼 단일공 복강경 수술센터장(외과 전문의)은 “평소 운동량이 적은 사람이 자기 체력을 과신해 무리하게 운동하면 복벽에 과도한 긴장과 함께 복압이 상승할 수 있다”며 “이로 인해 복부 근막이 손상되면서 탈장으로 이어질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사타구니 ‘볼록’ 튀어나오면 의심

탈장이 생기면 서서 배에 힘을 줄 때 사타구니 부위가 볼록 튀어나온다. 이때 해당 부위를 눌렀을 때 다시 뱃속으로 들어간다면 탈장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서혜부 탈장이 발생해도 평소에는 무리 없이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대게 운동 중에만 사타구니 주변으로 뻐근한 통증이 발생하는데, 시간이 지나면 통증이 사라지곤 한다. 또 복압이 높을 때만 사타구니 쪽이 잠시 볼록하거나, 볼록해지더라도 통증이 미약한 경우도 있어 탈장이 아닌 단순 근육통으로 여겨 방치하기 쉽다.

이정삼 센터장은 “흔히 탈장 초기에는 약간의 불편감만 있을 뿐 통증이 심하지 않기 때문에 방치하는 이들이 상당히 많다”면서 “오래 방치하면 빠져나온 장이 제자리로 돌아가지 않고 혈액순환 장애나 장기 괴사 등 심각한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따라서 운동 중에 배 안이 묵직하고 사타구니 주변이 뻐근하면서 통증이 느껴지거나 볼록하게 올라온다면 근육 문제인지 탈장 때문인지 병원을 찾아 정확하게 진단받는 것이 좋다.



■단일공 복강경 수술로 간단히 치료

탈장은 수술만이 유일한 치료법이다. 구조적 결함이라 자연 치유되거나 약물로 치료할 수 없다. 수술은 직접 절개하는 수술보다 복강경 수술이 효과적인데, 수술 후 재발률도 현저히 낮다. 최신 수술법으로는 1.5~2㎝ 정도의 작은 구멍 1개를 통해 복강경 카메라와 수술 기구를 동시에 투입해 수술하는 단일공 복강경 수술이 있다.

단일공 복강경 탈장 수술은 수술 특수 카메라를 통해 탈장 부위를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고, 탈장이 발생한 부위와 반대편의 탈장 유무도 함께 확인 가능하다. 여러 곳을 절개하는 과거 방식(구멍 3~4개)의 복강경 수술에 비해 흉터가 거의 없고, 회복 속도가 빠른 장점이 있다.

이정삼 센터장은 “단일공 복강경 탈장 수술은 기존의 복강경 탈장 수술이 지닌 장점은 모두 유지하면서 절개 상처는 최소화한 수술법이다”며 “특히 양측 사타구니 탈장 때 작은 구멍 한 곳으로 양측 모두를 수술할 수 있어 환자에게 가장 만족스러운 결과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탈장 증상이 있을 경우 조기에 적극적으로 치료한다면 일찌감치 건강한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광용 기자 kyjeo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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