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영화사 ‘숨겨진 보석’ 김사겸 원로 감독 재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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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대화/김사겸 구술·김도연 지음

한국영화계의 역사이자 부산영화계의 대부인 1935년생 김사겸 감독과, ‘부산국제영화제 키즈’ 1981년생 시네필(영화 애호가) 김도연의 대화. 신간 를 한 줄로 요약하자면 이렇다.

시네필이자 영화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는 김도연(40) 작가가 김사겸(86) 감독을 2019년 부산영화평론가협회상 시상식 뒤풀이에서 우연히 만나면서 책 기획이 시작됐다. 시네필인 김도연 작가에게도 낯설었던 김사겸 감독은 한국 3세대 영화평론가이자 감독이다. 영화비평가와 기자로 활동을 시작해 유현목 감독의 조감독을 거쳤고, 시나리오 작가이자 2편의 영화(‘그대 가슴에 다시 한번’(1971), ‘창수의 전성시대’(1975)를 연출했다.

영화평론가 김도연 작가 인터뷰로 기획
김 감독, 부산 영화인으로 굵직한 족적
한국단편영화제 창설·BIFF 감사 역임
‘창수의 전성시대’ 등 2편의 작품 연출

서울 충무로에서 활동하다 부산에 내려와서는 부산영화인으로 굵직한 족적을 남겼다. 1980년 한국단편영화제(현재 부산국제단편영화제)를 창설했고, 1996년 부산국제영화제(BIFF) 창립 당시 감사를 맡았다. 또 1999년 부산영상위원회 설립에도 기여했으며, 2011년 부산 영화의전당 개관 당시 상영 1호 작품(‘창수의 전성시대’)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부산 최초의 부산 올로케이션 작품인 김호선 감독의 ‘열애’(1982)를 기획하고, 영화의 일부 장면은 직접 촬영하기도 했다. 부산 영화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감독인 셈이다. 김사겸 감독이 걸어온 길 자체가 한국영화와 부산영화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김 감독은 대표적인 ‘부산영화인’이다.

저자 김도연 작가는 “부산을 위해 이렇게 많은 활동을 해온 김사겸 감독이지만 시네필에게조차 많이 알려지지 않았는데 대화를 거듭할수록 김 감독님이 한국영화사에서 숨겨져 있던 보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김 감독의 건강이 악화돼 경기도 파주의 딸 집으로 거처를 옮기기 전까지 여러 차례 인터뷰를 통해 책이 나왔다. 부산 중구 백산거리의 주점에서 전체적인 이야기를 나눈 것을 시작으로, 영주동 자택에서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10번의 대담을 나눴다.

일제강점기 경남 마산에서 태어나 해방 전까지 일본어 교육을 받은 김 감독은 일본 영화잡지와 비평지를 읽으며 영화를 독학했다. 1950년대 말 영화비평지 와 에서 기자로 일했고, 1963년 문화부 영화 담당 기자로 활동했다. 유현목 감독의 연출부 제1 조감독으로 스카우트 되면서 영화 연출 세계에 발을 들였다.

유현목 감독과 연관된 에피소드도 있다. 당시 인기 감독으로 바빴던 유현목 감독을 대신해 김 감독이 기고를 쓰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김 감독이 썼지만 유현목 감독 이름으로 기고된 1965년 3월 24일 자 ‘은막의 자유’가 반공법에 걸려 유 감독이 조사를 받기도 했다. 당시 영화계와 한국 사회를 잘 보여주는 일화 중 하나다.

김 감독의 첫 연출작 ‘그대 가슴에 다시 한번’(1971)은 제작비 부족으로 3년에 걸쳐 어렵게 찍고 개봉했지만 흥행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두 번째 작품인 ‘창수의 전성시대’(1975)는 김호선 감독의 ‘영자의 전성시대’(1975)가 흥행에 성공하자 김호선 감독의 제안으로 속편 격으로 김 감독이 연출하게 됐다. ‘영자의 전성시대’와 전혀 다른 내용으로 시나리오를 새로 썼지만, 김호선 감독이 중간에 말을 바꿨고 제목을 두고 표절 시비에 휘말리는 진통도 있었다.

김사겸 감독은 1980년대부터는 본격적으로 부산에서 활동하게 된다. ‘영화도시’ 부산을 지켜본 산증인이기도 하다. 김 감독은 부산의 현실에 대해서 “부산의 영화과 학생들이 다 서울로 가버리니 문제다. 대학과 산업이 연계돼 젊은 인력이 부산에 남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서 부산이 영화 산업도시로 구실을 할 수 없다”며 “그래도 부산국제영화제가 살아있으니 희망은 있다”고 평했다.(171쪽)

책을 쓴 김도연 작가는 “인터뷰를 하면서 김사겸 감독님의 영화인으로서 열정에 감탄할 때가 많았다”면서 “계속 부산영화인에 대해 말하고 싶어서 다음 책으로 부산 영화비평계를 이끈 허창, 박두석 평론가에 대한 글을 구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사겸 구술·김도연 지음/잎새달/232쪽/1만 7000원.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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