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개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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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 개소리를 저렇게 정성스럽게 하나?” “개소리하지 마!”

드라마와 영화의 분쟁상황에 자주 나오는 대사이다. 물론 현실 세계에서도 들을 수 있다. 사랑스럽고 충성스러운 개인데 왜 쓸데없는 소리의 대명사가 되었을까.

사실 여기서 사용된 ‘개’는 멍멍이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헛된’ ‘쓸데없는’ ‘질이 떨어지는’을 뜻하는 접두사이다. 어떤 단어의 앞에 붙어 단어의 뜻을 풍부하게 만들어 주는 양념 같은 역할이다. 개소리 말고도 개꿈, 개떡, 개수작 등이 비슷하게 사용된 예이다.

최근 개소리의 위험성을 생각하게 된 건 각종 SNS 채널과 온라인 게시판을 통해 허위 정보가 넘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철학자 해리 프랭크퍼트는 <개소리에 대하여>라는 책에서 개소리와 거짓말의 차이를 설명한다. 거짓말은 진실을 왜곡해서 부당한 이득을 취하려는 행위이며 그런 점에서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거짓을 말하기 위해 최소한 진실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거짓말을 지어내기 위해서 거짓말쟁이는 무엇이 진실인지 관심을 가지며 자신의 허위를 진리의 위장 가면 아래 설계한다.

그러나 개소리는 이런 진실에 대한 최소한의 관심조차 없다. 개소리는 진실에 무관심하며 그야말로 아무 말이나 지껄이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단순 유희, 허세, 혼란을 유도했을 때 우월감, 맹목적인 사디즘에서 개소리가 나온다고 추측한다.

이런 차이 때문에 프랭크퍼트는 거짓말보다 개소리가 더 진리에 대한 최대의 적이라고 분석했다. 정직한 사람의 눈과 거짓말쟁이의 눈은 사실을 향해 있지만, 개소리쟁이는 사실에 전혀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즉 개소리의 본질은 그것이 거짓이라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가짜라는 데 있다는 것이다.

가짜뉴스는 거짓말을 넘어 개소리라는 걸 분명히 알아야 한다. 안타까운 사실은 자극적인 가짜뉴스에 낚인 많은 이들이 개소리를 구독하고 심지어 인스타그램, 트위터, 페이스북 등 개인 SNS를 통해 유통해주기도 한다는 점이다. 개소리가 돈이 된다는 걸 눈치챈 사기꾼들에게 당하고 있는 것이다.

개소리에 현혹되지 말고 개소리가 확산되지 않도록 자신의 정보 채널을 냉정하게 점검할 필요가 있다. 팩트체크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김효정 라이프부장 tere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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