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째 건립 질질 끄는 KBO ‘한국야구 명예의 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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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기장군 일광면 야구테마파크에 사실상 위치가 확정된 ‘한국야구 명예의 전당’이 8년째 사업승인을 받지 못해 표류하면서 지역민의 불만이 높다. 급기야 해당 기초자치단체장이 지난해 10월에 이어 12일 두 번째로 직접 서울 KBO(한국야구위원회) 건물 앞에서 조속한 건립을 촉구하며 1위 시위를 하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명예의 전당은 KBO가 보관 중인 야구공, 유니폼 등 역사적 의미가 담긴 3만 2000여 점의 수집품을 전시하는 공간이다. 그런데 KBO가 기장군과 오래전 실시협약을 맺고도 연간 20억 원의 운영비 문제로 건립을 보류하면서 전혀 사업 진척이 없는 상태다. 8년이나 기다린 지역민의 심정이 이해가 간다.

연간 20억 원 운영비 문제로 진척 없어
지자체 비용 지원… KBO 전향적 자세를

명예의 전당은 한국야구 100년, 프로야구 30년을 기념하기 위해 2013년 부산 기장군이 유치한 역점 사업이다. 당시 수도권 도시들과 치열한 경쟁을 통해 유치한 만큼 기장군은 약 1850㎡의 부지를 제공하고, 부산시도 108억 원의 사업비를 투자할 계획이었다. 특히 기장군은 이를 계기로 세계적인 야구테마파크 도시를 목표로 정규 야구장 등 다양한 관련 시설을 조성하며 많은 공을 들여 왔다. 이미 세계여자야구월드컵 등 굵직한 대회도 성공적으로 치러 국제적으로 손색없는 인프라를 갖췄다는 평가도 받았다. 이 때문에 명예의 전당 건립은 기장군이 한국야구의 메카임을 선언하는 ‘화룡점정 시설’로 여겨져 왔다.

KBO도 처음엔 적극적으로 나왔다. 기장군과 2014년 실시협약 체결, 2017년 설계용역까지 진행돼 사업은 순항하는 듯했다. 하지만 전당 운영비가 불거지면서 암초에 부딪혔다. KBO가 20억 원의 운영비 부담과 수익 불투명성을 이유로 계속 사업승인을 미루면서 당초 개장 목표는 벌써 물거품이 됐다. 전당 건립이 이처럼 지지부진한 것은 기장군은 물론 KBO에도 결코 좋은 현상이 아니다. 어떻게든 사업을 진척시켜 보려는 기장군에 맞춰 KBO도 응분의 노력을 해야 한다. 이미 기장군은 연간 운영비 중 매년 13억 원 지원과 함께 전당 운영의 이익금 양보 방침까지 내비쳤다. 기장군의 사업 의지에 진정성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KBO는 이참에 부산 지역의 노력에 부응하는 사업승인 절차를 빨리 진행하는 게 바람직하다. 운영비 지원과 이익금 양보, 관련 시설 등 여러 조건도 그렇지만, 기장 지역은 앞으로 연간 1000만 명 이상이 찾는 대한민국 최고의 핫플레이스로 예상된다. 게다가 한국 프로야구 최고의 팬들이 운집한 곳이 바로 부산이다. KBO로서는 이보다 더 나은 곳을 찾기 어려울 것이다. KBO는 내달 비용·편익 분석 결과를 보고 건립 시점을 결정한다는 방침인데, 지금이라도 확실한 입장을 밝힐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지역민도 KBO를 신뢰할 수 있다. 오랫동안 기다려 온 지역의 기대를 KBO는 더는 외면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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