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앞다퉈 ‘윤석열 마케팅’… 국힘 당권레이스 ‘2라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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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김기현 당 대표 권한대행이 16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김종호 기자 kimjh@

국민의힘 6·11 전당대회가 다가오면서 당권 구도가 복잡해지는 양상이다. 레이스 초반 원내대표 경선 연장선에서 ‘영남 대 비영남’ 프레임이 주목받는 듯했지만, 되레 수도권에서도 지지기반 홀대를 경계하는 기류가 흐르면서 영남당 프레임은 사실상 소멸하는 형국이다. 대신 당대표 후보들은 야권에서 차기 대선 지지율 선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개인 인연 등을 강조하는 ‘윤석열 마케팅’에 나서는 분위기다.

영남당 논란이 희석되고 있음을 보여 주는 장면은 16일에도 등장했다. 당권에 도전한 수도권 초선 김은혜(경기 성남분당갑) 의원은 “영남 출신이면 무조건 안 된다는 영남당 프레임은 백해무익한 자해 정치로, 중단돼야 한다”며 “지역당으로 우리 자신을 전락시키는 패착”이라고 했다. 이어 “국회의원 당선 횟수나 연령과 마찬가지로, 출신 지역은 전혀 쟁점이 될 수 없는 부차적 사안”이라며 “우리 당이 가장 경계해야 할 일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도로 한국당’으로 회귀하는 것을 철저히 막아야 한다”고 했다.

반짝했던 영남당 프레임 소멸
대신 ‘윤 지지=당권 열쇠’ 기류
주호영·김웅, 개인 인연 강조
조경태, 윤 전 총장 영입 자신
“자강하면 오지 말래도 올 것”
홍문표 등 ‘인연팔이’ 비판도

김 의원뿐 아니라 역시 수도권 초선 주자인 김웅(서울 송파갑) 의원과 이준석(서울 노원병 당협위원장) 전 최고위원도 일찌감치 영남당 프레임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김 의원은 여러 언론 인터뷰에서 ‘자신의 정치적 장점이 없는 사람들이 지역감정을 일으키려고 퍼뜨리는 것’이라는 취지로 말했고, 이 전 최고위원은 비슷한 맥락에서 ‘상대를 가두려는 정치공학적 움직임’이라고 비판했다. 수도권 젊은 정치인으로 영남당 프레임의 대척점에서 가장 큰 수혜를 볼 수 있는 후보군에서 오히려 강력하게 선을 그은 셈이다.

반대로 윤석열 세일즈는 경쟁적으로 펼쳐지는 모습이다. 보수 야권에서 상당한 지지를 받는 윤 전 총장의 지지세에 다가서는 게 당권의 열쇠라는 판단이 작용한 탓이다. 후보자들이 그와 개인적인 인연을 한껏 부각하는 것이 이런 기류로 읽힌다.

대구지법 판사 출신인 주호영(대구 수성갑) 의원은 지난 13일 당 전·현직 의원 모임 마포포럼 강연에서 “(윤 전 총장이)대구지검에서 근무한 인연으로 자주 만났다. 서울에서 사는 집도 같다”고 강조했다. 서울중앙지검 검사 출신인 김웅 의원은 “(검사를)사직하는 날 마지막으로 뵙고 나온 분이 윤 전 총장”이라며 당권 주자 중에서는 가장 가까운 사이일 것이라고 했다. 윤 전 총장 외곽지지 모임에서 지원사격을 받는 것으로 전해지는 조경태(부산 사하을) 의원이 윤 전 총장 영입을 자신하는 것도 맥락이 다르지 않다.

물론 윤 전 총장과 접점이 많지 않은 후보들은 이런 기류를 반기지 않는다. 당 밖에 있는 윤 전 총장이 부각될수록 당내 유력 대권 주자가 없는 현실이 부각되면서 부산·서울시장 보궐선거 승리로 만들어진 상승모멘텀을 잠식하는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개인적인 인연에 기대는 상황을 만들기보다는 유력한 주자들이 스스로 국민의힘을 찾을 수 있는 매력적인 정당으로 거듭나는 게 우선이라고 주장한다. 이른바 ‘자강론’이다.

당권에 도전한 홍문표(충남 홍성예산) 의원은 “우리 당이 자강하면 오지 말라고 해도 올 것”이라고 했고, 이날 당대표 불출마 입장을 밝힌 검사 출신 권영세(서울 용산) 의원은 “(윤 전 총장과)인연은 많지만, 인연팔이는 안 한다”고 했다.

민지형 기자 oas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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