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안 나서는 유치위원장… 아직도 안 끓는 국민 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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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월드엑스포 유치에 성공하면 2030년 5월부터 6개월 동안 부산 북항은 세계 축제의 장이 된다. 가덕신공항 개항과 함께 엑스포 기간 동안 200개국에서 5000만 명이 넘는 관람객이 부산을 찾는다. 산업·기반시설 재편과 청년 일자리 창출 등 모든 면에서 부산·울산·경남을 업그레이드할 절호의 기회다. 부산의 역사는 엑스포 전과 후로 나뉜다. 하지만 지금 부산엑스포 유치 전선에는 짙은 먹구름이 드리워져 있다. 유치 가능성 면에서 총체적인 위기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10대 그룹에 유치위원장 제안했지만
유치 신청 임박한 현재까지 ‘눈치게임’
1년 6개월 뒤 국제박람회기구 현장실사
국민적 관심 쏠리게 만드는 것도 숙제
스토리텔링·유치 열기 등 탁월해야
객관적으로 열세인 인지도 극복 가능


■내가 왜? 유치위원장 ‘눈치게임’

지난해 12월 국제박람회기구(BIE)에 2030 엑스포 유치 의향을 표명한 정부는 다음 달 민·관 유치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유치신청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정부 유치지원위원회와 국회 유치특별위원회도 올해 안에 구성을 완료한다. 올해 말 마스터플랜 용역이 마무리되면 내년에 최종 유치계획서를 제출하고 본격적인 회원국 득표 활동에 나선다. 2023년 상반기에 BIE 실사에 이어 같은 해 11월 BIE 총회에서 최종 프레젠테이션을 거쳐 169개 회원국 투표로 개최국이 결정된다.

이처럼 겉으로는 유치 활동이 순항 중인 것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반대다. 엇박자가 나는 지점이 한두 곳이 아니다. 우선 정부 유치기획단과 부산시가 국내 10대 그룹에 유치위원장을 제안했지만, 유치 신청이 임박한 시점에 서로 ‘눈치게임’만 한다. 이들은 코로나19 경영 위기 등 제각각 사정을 내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SK그룹과 현대차에 이어 최근 롯데그룹 수뇌부 등과도 접촉했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회장님 사정상 위원장을 맡기 어렵다”며 “대신 유치위원으로서 최선을 다해 기여한다는 방침을 세웠다”고 전했다. 그간 주무부처인 산업부는 물론 청와대, 여야 정치권이 일찌감치 유치위원장 선임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아 벌어진 일이다.

55보급창과 지원부대 이전 문제가 미제로 남아 있고, 접근성 문제를 해결할 가덕신공항이 첫삽을 뜨는 시기도 유치 결정 이후인 2024년 1월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부산대 김이태 관광컨벤션학과 교수는 “보궐선거가 끝난 이후 유치위원장 선임과 관련한 정부의 의지나 활동이 보이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깝다”면서 “6월 BIE 총회 전까지 세계적인 인지도가 있는 유치위원장을 선임해 민·관이 똘똘 뭉친 모습을 현장에서 보여 줘야 한다”고 말했다. 2030부산월드엑스포범시민유치위원회 오성근 집행위원장은 “월드엑스포 유치는 최근 재계의 화두로 떠오른 ESG 경영 방침과도 일맥상통한다”며 “기업인들이 엑스포 기저의 사회·철학적 의미를 읽어 준다면 유치위원회 구성이 한층 수월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끓지 않는 유치 열기

부울경과 수도권의 격차를 좁히는 계기가 될 엑스포이지만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는 개최지 시민이 많지 않다는 점 역시 풀어야 할 숙제다. 엑스포 유치에 실패하면 개최지의 유치 열기가 부족했다는 이유로 책임을 뒤집어씌울 수 있다. BIE의 현장 실사가 1년 6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지난 선거 과정에서 진행한 여론 조사에서 시급한 현안 중 ‘부산엑스포 유치’의 순위는 높지 않았다.

올해 부산시의 엑스포 홍보 예산은 고작 7억 원. 지난해까지는 3억~4억 원 수준에 머물렀다. 최근 전문가에게 자문한 부산시는 최소 연간 100억 원 이상을 쏟아부어야 한다는 답을 듣고 뒤늦게 대대적인 예산 증액을 검토 중이다.

특히 누가 봐도 참신하고 미래지향적인 스토리텔링과 도시의 역량, 실사단이 놀랄 정도의 유치 열기 등이 탁월해야 모스크바 등 ‘대륙 안배’를 외치는 경쟁 도시들을 제칠 수 있다. 하지만 그간 대한민국에서 유치한 세계적인 행사에 비해 국민적 관심이 현저히 떨어진 상태라는 것이 중론이다.

객관적으로 열세인 도시 인지도를 높이고, 한시라도 빨리 공식 후보로 등록해 유치 명분을 쌓아 가야 승산이 있다. 이제라도 가덕신공항 건설 열기를 넘어설 정도로 지역의 민·관이 힘을 모으고, 청와대와 여야가 국가 사업인 부산엑스포 유치에 초당적 차원에서 힘을 보태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드러내야 한다. 정부와 외교계 동향에 정통한 한 정치권 인사는 “사실 중앙에서는 부산엑스포 유치가 전혀 이슈가 되지 않고 있고, 관심을 두는 사람도 많지 않다”며 “정부와 부산시가 이제라도 정신을 차리고 새로운 전략으로 도전하지 않는다면 실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세익·안준영 기자 ru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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