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엔딩으로 끝냈지만 달달함 뒤 씁쓸함도 그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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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부산의 딸입니다. 부산은 우리 가족의 도시기도 하고요. 여름 방학 때는 할머니와 송정, 해운대 해수욕장에 놀러 갔습니다. ‘단술’(식혜), ‘살구’(공기놀이) 같은 부산 사투리도 좀 알죠.”

인기 소설 의 저자인 장류진 작가는 부산 독자에게 살갑게 다가왔다. 부산에서 북토크하는 게 처음이라면서도 엄마, 아빠가 부산 분이라, 부산의 딸이라며 부산과의 특별한 인연을 강조했다.

흙수저 직장 여성 3인 가상화폐탑승기
‘달까지 가자’ 장류진 작가 초청 북토크
문화공간 ‘창비부산’서 독자 30명 참석
“소설 속 인물이 가진 다양한 결에 주목”

지역대표도서관인 부산도서관과 창비부산은 4일 부산 동구 초량동 문화공간 ‘창비부산’(옛 백제병원 2층)에서 인기 소설 를 쓴 장류진 작가를 초청, 북토크를 가졌다. 이날 북토크는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로 현장 참여 독자는 30명 선으로 제한했으며, 한영인 평론가의 사회로 진행됐다.

장 작가는 첫 소설집 (창비, 2019)으로 ‘2020년대를 이끌어갈 한국문학의 얼굴’, ‘문단의 대형 신인’ 등 평단의 주목과 독자의 호평을 동시에 받았다. 이날 주제 도서 (창비, 2021)는 그의 첫 장편 소설이다. 흙수저 여성 3인방의 ‘가상화폐 탑승기’로 화제인 이 소설은 한 제과회사에서 일하는 세 직장 동료(정다해, 강은상, 김지송)의 일상과 우정을 그린다.

작가는 먼저 소설 결말을 해피엔딩으로 끝낸 것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 관련 얘기부터 꺼냈다. “책을 읽고 난 독자 반응 중에 가상화폐를 소재로 한 소설이다 보니 실제로 생생한 박탈감을 호소한다든지, 화가 난다든지, 찜찜하다든지 이런 반응을 토로하는 독자들도 좀 많았던 것 같았다”면서 “해피엔딩에 대한 부담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해피엔딩이라는 틀에 이 소설이 갇히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해피엔딩을 좋아하는 분들도 있지만, 달달함 뒤에 느껴지는 씁쓸함, 찝찝함을 의도하면서 책을 썼고, 그 씁쓸함 또한 이 소설의 일부라고 생각하며 썼어요.”

‘장 작가 소설의 지배적인 정조(情調)가 경쾌함인 것 같다’는 사회자의 질문에 장 작가는 “전혀 의식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냥 그것은 쓰는 사람의 내재적 성향인 것 같다”고 말했다. 작가는 또 소설 속 인물에 대해 한 인물이 가지고 있는 캐릭터가 여러 가지 면을 가지고 있기를 바라고, 그렇게 쓰려고 노력하는 편이라고 했다. “한 인물이 가지고 있는 면도 여러 개고, 각각의 면과 결과 모양도 다 달랐으면 좋겠어요. 왜냐하면 인간이란 존재가 한 가지 면만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잖아요. 저는 한 인물의 날카롭고 뾰족한 면은 더 뾰족하게, 매끈한 부분은 더 매끈하게, 그런 식으로 면면을 돌려가면서 깎거나, 갈아내거나 하는 것 같아요.”

장 작가 글의 장기는 ‘대화체 입말’로 유명하다고 하자, (기분 좋은 표정을 지으며)작가는 “소설 속 대화를 쓰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지만, 글을 쓸 때 몰입할 수 있어 좋은 것 같다”고 했다.

많은 독자가 궁금했던 내용인 ‘장 작가는 실제로 가상화폐에 투자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실제 투자한 적은 없다면서도 한 독자가 ‘장유진 코인 있다면 풀매수 들어간다’라고 했는데, 이 말을 들었을 땐 기분이 좋았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작가의 모습이 많이 투영된 인물이나 애착이 가는 인물에 관해 묻자 “1인칭 여성 화자를 많이 쓰니, 그걸 작가 장류진으로 보는 독자들이 있다. 그럴 때는 조금 마음이 슬프다”면서 “흔히 딸기 우유에 딸기가 들어간 만큼, 모든 인물에 그 정도 제 모습이 들어가 있다. 하지만 사실 딸기 우유에는 딸기가 안 들어 있다. 그래도 맛은 딸기 맛이 난다”는 말로 작가 특유의 입담을 과시했다.

소설은 ‘일단은 계속 다니자’는 말로 끝맺는다. 뭔가 남아 있는 시간에 대해 암시하는 것 같은데, 혹시 후편 쓸 생각 없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장 작가는 이제 막 출간했는데, 너무 잔인한 질문이라면서 지금은 후편 쓸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작가가 눈여겨보는 사회 현상이나 소설로 다루고 싶은 것, 준비 중인 것은 있을까. “아직 차기작까지 생각할 겨를이 없었습니다. 언젠가는 책에 대한 얘기를 쓰고 싶어요. 파는 물건으로서의 책을 쓰면 재미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구체적인 계획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요.”

소설 속 ‘억 소리 나는 떡두꺼비가 나를 지켜주는’이란 말처럼, 작가에겐 떡두꺼비 같은 존재가 있을까? “저를 지켜주는 무언가를 생각한다면, 저는 독자라고 생각합니다. 독자의 격려가 있어 작가 생활을 이어나갈 수 있고, 늘 의지가 됩니다.”

이날 북토크는 창비 인스타그램, 창비 유튜브 등을 통해 온라인 생중계됐다.

글·사진=정달식 선임기자 dos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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