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빅테크 조세회피 막자”… G7, 최저 법인세율 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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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국적 IT 대기업>

5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랭카스터 하우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 회의에 참석한 재무장관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선진국들이 글로벌 법인세율 인하 경쟁을 멈추고 아마존, 페이스북, 구글 등과 같은 다국적 IT 대기업들의 조세회피를 막기로 전격 합의했다. 하지만 낮은 법인세율로 기업을 유치해 세수를 확보해온 국가들의 거센 반발이 예상되면서 실현되기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들은 4∼5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코로나19 이후 처음 열린 대면 회의에서 글로벌 최저 법인세율을 적어도 15%로 정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5일 보도했다.

런던에서 재무장관 대면 회의
15% 이상 적용하기로 뜻 모아
아일랜드·중국 등 반발 예상
디지털세 갈등도 합의 변수

G7 재무장관들은 공동성명(코뮈니케)에 기업들이 매출이 발생하는 곳에서 세금을 내도록 하는 내용도 담았다. 수익성이 높은 대기업은 이익률 10%를 초과하는 이익 중 최소 20%는 사업을 하는 국가에서 세금을 매긴다는 것이다. 이는 기업이 소재하는 곳에서 과세하도록 한 100년 된 국제 법인세 체계를 바꾸는 셈이다. 이익률이 최소 10% 이상인 기업이라는 기준으로 보면 일단 우리나라 제조 대기업 등 제조업체는 대부분 빠지고 주로 미국 IT 기업들이 해당될 것으로 보인다.

G7 재무장관들은 조세 체계를 디지털 시대에 맞게 개편해서 다국적 IT 기업들이 막대한 수익을 거둔 뒤 세금을 내지 않고 빠져나가지 못하게 할 수 있다고 환영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8년간 이어진 복잡한 협상으로 트럼프 정부 때 막혀 있던 것을 푼 이번 합의는 역사적 성과”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낮은 법인세율로 기업을 유치한 국가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대표적인 국가가 법인세율이 12.5%로 서유럽에서 가장 낮은 아일랜드다. 낮은 법인세율로 구글과 애플 등 다국적 IT 대기업 유럽본부를 유치하는 데 성공한 아일랜드는 지난해 법인세로만 약 118억 유로(약 15조 9532억 원)를 거둬들였다.

뉴욕타임스(NYT)는 세계 최대시장인 중국도 최저 법인세율 설정에 적극적이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본토 법인세율은 공식적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2020년 기준 21.5%)보다 높은 25%다. 하지만 홍콩 법인세율은 일반적으로 16.5%로, 아시아 최대 조세회피처로 꼽힌다. 많은 외국 기업이 중국 본토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을 홍콩으로 넘겨 세금을 절약하며 중국 외국인직접투자(FDI) 70%가 홍콩을 거쳐 들어온다.

기업에 매기는 세금을 두고 G7 내 갈등도 남아 있다. 이번 G7 재무장관 회의에서 미국은 유럽국가들이 IT 기업을 대상으로 자국 내 매출에 세금을 매기기 위해 도입한 디지털세를 없애자고 주장한 데 반해 영국과 프랑스, 이탈리아는 최저 법인세율 합의가 완전히 이뤄지면 폐지하겠다고 맞선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G7 재무장관 공동성명에 담긴 합의는 다음 달 G20 재무장관 회의를 거쳐 가을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의에서 최종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일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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