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동물 지옥에서 천국으로” 고성군의 이유 있는 기적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고성군이 농업기술센터에 마련한 직영 유기동물 임시보호소와 보호 중인 반려견들. 고성군 제공

경남 고성군 유기동물보호소가 ‘유기 동물 천국’으로 탈바꿈했다. 동물보호단체를 통해 열악한 환경과 부실한 관리 실태가 드러나 유기 동물 지옥이란 지적을 받은 지 8개월 만이다.

고성군은 지난해 9월 민간 위탁에서 군 직영으로 전환한 유기동물보호소 내 관리 동물의 복지 수준이 크게 개선됐다고 6일 밝혔다. 무엇보다 입양률은 높아지고 안락사율은 낮아지는 선순환 효과가 극대화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는 설명이다.

유기동물보호소 8개월 만에 변신
부실 운영 민간위탁 군 직영 전환
펫 친화도시 추진단 만들어 개혁
전국 최저 입양률이 전국 최고로
안락사 비율 86.7%서 1.6%로

실제로 해당 시설에선 직영 이후 지난달까지 총 424마리의 유기 동물을 보호해 왔는데, 이 중 173마리가 새 주인을 찾아 입양률 40.8%를 기록 중이다. 이는 경남(평균 26.1%)은 물론 전국(평균 30.9%)를 통틀어 가장 높은 수치다. 민간 위탁 시절 입양률은 전국 최하 수준인 6.3%에 불과했다. 반대로 직영 전 1년간 86.7%로 전국 최고였던 안락사 비율은 1.6%로 급감했다. 이마저도 질병으로 인해 치료가 어렵거나 다른 동물에게 전염될 우려가 있는 경우였다. 또 장애가 있거나 분양이 되지 않는 유기동물에 대해 인도적 처리(안락사) 대상을 위원회를 거쳐 7일 이후 처리된다는 사실을 공고한 결과, 5차에 걸쳐 65마리를 전부 분양하며 인위적 처리 제로화도 달성했다. 지난 1월 배우 조승우 씨가 안락사 위기의 유기견 ‘곰자’를 입양했다. 지난달엔 배우 김나운 씨가 ‘너구리’를 분양받았다.

동물보호단체 ‘비글구조네트워크’는 지난해 9월, 고성군 유기동물보호소 실태를 고발했다. 군은 2010년부터 지역 한 동물병원에 시설 관리를 위탁해 왔다. 그런데 단체가 직접 현장을 확인한 결과, 40여 마리의 유기견이 동물병원이 아닌 마암면 한 축사의 가축분뇨 야적장 바로 옆에 사실상 방치돼 온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비글구조네트워크는 “동물병원 원장은 안락사를 시킬 때, 다른 유기견이 볼 수 있게 케이지 바로 앞에서 마취도 없이 호흡 마비를 유발하는 근육이완제만 투여해 유기동물이 고통 속에 죽게 했다”고 주장했다. 현행 동물보호법에는 반드시 마취한 후 치사제를 사용해야 한다. 게다가 동물병원 측은 관리 동물에게 1kg당 1200원인 최하급 사료를 먹이곤, 1만 2000원 상당의 최고급 사료를 줬다며 관리비 명목으로 1마리당 30만 원의 보조금을 챙겼다고 지적했다. 이는 전국 평균의 2배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단체는 위탁계약 해지와 함께 앞서 지급한 보조금에 대한 감사를 요구했다. 덧붙여 위탁자인 수의사와 담당 공무원을 동물보호법 위반과 횡령 혐의로 사법 고발하기로 했다.

파문이 확산하자 백두현 고성군수가 진화에 나섰다. 문제의 시설을 찾아 현장을 점검하고 담당 부서에 철저한 실태 조사를 지시했다. 이어 동물병원과의 위탁운영 계약을 취소하고 농업기술센터에 임시보호소를 마련, 군이 직접 운영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이와 함께 펫 친화도시 추진단을 구성하고 환경과·감사팀·법률팀·건축팀이 참여하는 업무지원 네트워크도 구축했다. 동물보호단체와는 ‘동물행복도시조성을 위한 상호 협약증진 업무 협약식’을 맺어 자문을 통해 운영 방법을 개선했다. 이후 SNS 홍보, 장거리 이동 봉사와 유기동물 입양비 지원 등을 통해 입양률을 높였다. 또 주인에게 버림받아 야생개로 변한 반려견 33마리를 포획해 보호조치하고 일부는 새 보금자리를 찾아가도록 했다. 올해는 늘어나는 유기동물 발생을 최소화하려 ‘마당개 중성화’에 착수, 지금까지 104마리에 대한 중성화 수술을 완료했다. 연말까지 추가 재원을 확보해 사업을 확대할 방침이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