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역갈등 부추기는 당권 경쟁, 국민의힘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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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이 당권 확보를 위해 지역갈등을 부추기는 듯한 발언을 쏟아 내고 있다. 나경원 후보는 최근 대구합동연설회에서 “당 대표가 되면 ‘이건희 미술관’을 꼭 대구에 유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건희 미술관은 현재 부산 등 전국에서 유치 과열 양상까지 빚어질 정도인데, 나 후보가 특정 지역 유치를 약속한 것이다. 또 이준석 후보는 ‘동남권 신공항 입장 정리’를 위해 특위 가동을 시사하는 발언으로 듣는 사람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아무리 선거 중이라고 해도 가려야 할 말이 있는 법이다. 특정한 목적을 위해 지역갈등을 이용하는 듯한 모습은 위험천만한 것으로 매우 유감스럽다.

후보 토론회서 ‘이건희 미술관’ 대구 약속
신공항도 언급… 예민한 문제 신중해야

나 후보가 대구 유치를 약속한 이건희 미술관은 지금 전국 지자체가 가장 희망하는 시설이다. 문화 시설이 열악한 곳은 말할 것도 없고, 각종 미술관과 박물관이 집중된 서울·경기마저 눈독을 들이고 있다. 현재 유치를 희망한 곳만 따져보아도 수도권을 빼고 부산 대구를 비롯해 진주시 의령군 여수시 등으로, 이 회장과 다양한 인연을 고리로 물밑 작업 중이다. 희망지가 급증하자 맨 처음 유치를 제안한 부산시는 정부에 미술관 건립 공모 방안까지 내놓은 상태다. 이를 모르지 않을 공당의 대표 후보자가 눈앞의 표만 의식해 덥석 특정 지역 유치를 공약한 것은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 다른 지역에 가서는 무슨 말을 할 것인가.

국민의힘 당권 경쟁에서 현재 1위를 질주 중인 이준석 후보의 ‘동남권 신공항’ 발언도 듣기에 따라서는 휘발성이 매우 높은 소재다. 이 후보는 이달 초 서울토론회에서 영남지역 신공항 갈등을 언급하면서 “당 대표가 되면 대선 전에 이 문제에 대한 결론을 내리는 특별위원회 구성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갈등이 있다면 마땅히 풀어야 한다는 취지에는 전적으로 공감한다. 하지만 이를 위해 신공항 문제가 또 논란거리가 되는 것은 별개 문제다. 부울경엔 ‘가덕신공항’, 대구·경북엔 ‘대구·경북통합신공항’이 이미 진행 중인 상황에서 예민한 공항 문제를 공식화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막바지에 접어든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는 11일 본선을 앞두고 후보 간 경쟁이 더욱 달아오르고 있다. 막판 지지를 호소하는 후보들이야 마음이 급하겠지만, 그래도 공당의 대표자를 뽑는 선거라면 좀 달라야 한다. 국민 감동의 품격 있는 이벤트가 되어야 한다. 국민의힘이 TK지역을 핵심 기반으로 하고 있다고 해도 지역갈등을 부추기는 듯한 공약을 해선 안 되는 이유다. 더구나 국민의힘은 30대 젊은 후보까지 나와 새로운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런 마당에 지역 간 갈등 가능성이 있는 공약은 국민의힘을 다시 예전 구태의 모습으로 국민에 각인시킬 뿐이다. 이는 국민 지지는 물론 국민의힘 장래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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