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푸른 가로수 기대했는데…” 말라가는 후박나무 살리기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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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겨울 이상저온 장기화로 피해를 본 부산진구 부산시민공원 내 후박나무(왼쪽)와 영도구 태종로 후박나무 모습. 잎이 갈색으로 변하거나, 아예 앙상하다.

부산 시내 가로수로 대거 심은 후박나무가 지난겨울 이상한파로 인한 동해(凍害)를 수개월째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부산시는 후박나무 살리기에 나섰지만 정상적인 상태로 회복하는 데 최소 2년이 걸릴 전망이다.

영도구 동삼동 하리항에서 태종대까지 이어지는 태종로 길가에는 후박나무 수십 그루가 비쩍 마른 상태로 신음하고 있다. 새순이 한창 돋을 시기가 지난 6일에도 가지마다 매달린 건 갈색 잎들이 전부다. 인도에 시원한 그늘을 드리우는 예전의 풍광은 온데간데없다.

부산시내 가로수 628그루 등
이상한파로 잎마름 고사 위기
시, 수액 주입 등 개선작업 부심

매일 태종대로를 산책한다는 주민 김 모(65) 씨는 “새순이 돋지 않고 말라 있어서 나무가 죽은 것 같다”며 “영도를 대표하는 관광지 입구에 있는 수목이 가로수 기능도 못하고 미관마저 해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시는 지난 2월 시내 가로수 후박나무 5263그루를 대상으로 동해 피해를 조사했다. 지난 1월 아침 최저 기온이 영하 12도 아래로 내려가고 한파 일수가 4.8일에 달하는 등 ‘역대급 겨울’을 겪은 탓에 후박나무가 정상적으로 자라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사태 파악에 나선 것이다. 이 조사 결과 부산시 전체 후박나무의 12%에 가까운 628그루가 잎이 갈색으로 변하는 잎마름 증상을 나타냈다. 지역 가운데는 영도구, 연제구, 동래구의 피해가 컸다. 이들 지자체에서는 각각 38%, 30%, 27%가 피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영도구 태종로 후박나무의 경우 94그루 중 82그루의 생육 상태가 불량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 31일 영도구청이 실시한 재조사 결과 16그루는 상태를 회복했지만 나머지 66그루는 여전히 원상 회복되지 않았다. 부산시민공원 내 후박나무는 330그루 중 29그루가 동해를 피하지 못했다. 현재 이들 나무에는 수액을 주입하고 있다.

부산시는 왕벚나무, 은행나무, 느티나무, 양버즘나무, 후박나무 등 가로수 35개 수종, 16만 8615그루를 관리 중이다. 이중 상록활엽수로 가장 많은 후박나무는 사계절 잎이 푸르다는 장점 때문에 1990년부터 제주도에서 옮겨 와 가로수로 심어졌다. 하지만 후박나무는 추위에 취약해 영하 이하의 날씨가 길어지면 제대로 살지 못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한파가 4.4일간 이어진 2010년에도 부산에서는 후박나무 570여 그루가 말라죽었다.

부산시는 피해 후박나무에 대해 생리 증진제 투여, 잎 따기, 가지치기 등 생육 개선 작업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회복이 더뎌서 정상적인 수형을 회복하기까지는 2년 정도 걸릴 것으로 본다.

부산시 산림생태과 관계자는 “지난 2월 공립나무병원에서 후박나무 표본 진단을 실시했다”며 “회복이 특히 늦은 영도구 후박나무에 대해서는 이번 주 중 재조사를 거쳐 향후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글·사진=손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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