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없이 짓고 관광지로도 활용… 부산시 마다할 이유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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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제작사 ‘오픈 스튜디오’ 제안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활성화로 한국 영화·드라마를 포함한 K영상 콘텐츠 수요가 폭발하고 있다. 소위 ‘콘텐츠 빅뱅’이라고 불릴 정도다. 한국 대표 콘텐츠 제작사와 OTT는 올해만 최소 800억 원에서 8000억 원에 달하는 투자 계획을 발표하는 등 콘텐츠 전쟁이 시작된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A사의 부지 활용 제안은 부산시가 놓치기에는 아까운 제안이다. 부지만 제공하면 제작사가 오픈 스튜디오(야외 촬영장)를 지으니 별도로 비용이 들지 않고, 앞으로 관광 자원으로 활용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영화도시’ 부산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여론이 조성되는 이유다.


수요 많은데 야외 세트장 부족한 실정
영진위 부산촬영소 건립은 ‘지지부진’
부산에 들어서면 활용도 매우 높을 듯
“시, 적극 유치해야” 영화계 한목소리
합천영상테마파크 200편 이상 ‘촬영’
매년 50만 명 관람할 정도로 ‘큰 인기’


■오픈 스튜디오 촬영 유치 효과는?

오픈 스튜디오로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는 경남 합천군이다. 합천군은 2004년 ‘태극기 휘날리며’(2004)의 성공 이후 세트장을 하나둘씩 늘려서 지금까지 촬영장으로 각광받는 ‘합천 영상테마파크’를 운영 중이다. ‘강철비’(2019) ‘대장 김창수’(2017) 등 200편이 넘는 영화와 드라마의 배경이 됐다.

청와대 세트를 추가로 건립해 활용도가 더 높아졌고, 평소에는 성인 1인당 5000원을 받고 관광지로도 활용한다. 코로나19 이전 기준으로 매년 50만 명 이상의 관람객이 방문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2019년에는 영상테마파크와 청와대 세트를 잇는 모노레일도 개통해 관광지로 더욱 각광받고 있다. 한 번 잘 지어 놓은 오픈 스튜디오가 촬영지와 관광지로 사랑받는 효자 상품이 된 셈이다.

부산의 경우 부지만 무상 임대해 주면 세트장 건립은 A사가 하는 만큼 세트장 비용을 들이지 않고 촬영지와 관광지를 만드는 효과가 있다. 실제로 비슷한 사례도 있다. 국내 최대 영상 콘텐츠 제작사인 ‘스튜디오 드래곤’은 3월 강원도 철원군과 업무 협약을 맺었다. 철원군이 2만 2360㎡ (약 6700평) 규모의 부지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스튜디오 드래곤이 30억 원을 들여 드라마 오픈 스튜디오를 조성한다는 내용이다.

이준익 감독은 “경성시대 배경의 오픈 스튜디오가 부산에 만들어진다면 활용도가 아주 높을 거라 기대된다”면서 “사극의 경우 촬영소가 더 부족한데 영화 ‘동주’(2015)와 ‘박열’(2017)을 합천에서 찍었고 일본에도 근대 배경 세트가 없어서 일본 쪽에서도 촬영을 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배대식 사무국장은 “현재 시설이 괜찮은 곳은 스튜디오 예약을 하기 힘들 정도다. 넷플릭스만 해도 오리지널 드라마 제작을 위해서 경기도 연천과 파주에 있는 스튜디오 2곳을 몇 년 동안 장기 계약을 했다”면서 “특히 사극 스튜디오는 많이 부족해서 삼국시대 세트장을 조선시대로 쓸 정도라서 경성 배경의 사극 스튜디오가 지어지면 수요는 많다”고 설명했다.



■타 지자체도 스튜디오 유치 나섰다

다른 지자체들은 콘텐츠 경쟁력 강화와 지역관광 자원 선점을 위해 스튜디오 건립과 유치에 총력을 쏟고 있다. 범수도권인 인천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인천광역시 산하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이달 중 정부에 제출할 것으로 알려진 ‘영종국제도시 개발계획 변경안’엔 복합 영상산단 조성 사업이 포함됐다.

을왕산 일대 80만 7000㎡(24만 4117평) 부지에 콘텐츠 복합 제작센터와 야외 촬영시설, 종합 촬영 스튜디오를 건립하고, 소품·미술 관련 업체 50여 곳 유치에 힘쓴다는 게 변경안의 핵심이다. 경기도 파주시는 일찌감치 CJ ENM과 손을 잡고 올해 완공을 목표로 약 6만 5000평 규모의 ‘콘텐츠 스튜디오’를 만들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부산시가 이번 제안을 받은 김에 더 적극적으로 움직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크다. OTT 시대 도래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드라마와 영화, 예능 등 영상 콘텐츠 촬영 수요에서 오는 경제 파급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어서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 협회장인 이은 명필름 대표는 “종합촬영소는 야외 촬영장과 외부 잡음이 안 들어오는 실내 스튜디오를 넓게 같이 조성하는 게 가장 좋다”며 “현재 조성 중인 부산촬영소 옆에 오픈 스튜디오를 추가로 짓는다면 다른 곳보다 확실히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콘텐츠 기업들이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와 제작 역량 확대에 팔을 걷어붙인 점도 주목할 만하다(표). 스튜디오 수요가 갈수록 늘어날 거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업계의 목소리를 종합하면 이미 부산촬영소가 들어설 예정인 기장군 도예촌 부지(지도)를 활용할 수 있으면 가장 좋다. 하지만 영진위 부산 이전이 결정된 이후 부산촬영소를 10년 넘게 착공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서, 부산시가 영진위 부산촬영소 부지만 바라보기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촬영소는 장안읍 기룡리 산108번지 일원의 24만 9490㎡(약 7만 6000평) 부지에 건물 연면적 2만 229㎡(약 6000평) 규모로 지어질 예정이다. 실내 스튜디오 3동, 제작지원시설, 오픈 스튜디오 등으로 구성돼 있다. 1단계 준공은 2023년이다.

부산시 하성태 영상콘텐츠산업과장은 “A사가 부산시에 공식 제안을 한다면 다방면으로 부지를 알아볼 수 있다”면서 “일단은 부산도시공사에 활용할 땅이 있는지 문의는 해 놓은 상태다”고 전했다. 조영미·남유정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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