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을 수 있었는데… 또 누군가는 일터에서 살아오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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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부산에서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내년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일터에서 숨진 노동자들이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부산시가 산재 예방 전담 부서를 마련하는 등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6일 오후 2시 10분께 부산 사하구 다대동 한 조선소에서 선장 최 모(40대) 씨가 130t 선박 위 구조물에서 9m 아래로 추락해 숨졌다. 최 씨는 다음날 출항을 위해 선원들과 함께 와이어를 고정하려다, 발을 디디고 있던 지지대가 빠지면서 배 바깥으로 떨어졌다. 최 씨는 머리를 심하게 다쳐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6일 조선소·공사장서 추락 사고
올 들어 4월까지 14명 산재 사망
부산시 산재예방 전담 부서 없어
적극적 조치 없으면 비극 되풀이

같은 날 오후 2시 영도구 동삼동 신축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도 60대 하청업체 일용직 노동자 박 모 씨가 추락해 갈비뼈가 부러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에 따르면 박 씨는 비계 4층에서 철근을 설치하는 작업을 마치고 지상으로 내려오던 중 비계와 벽체 사이 35cm 너비 틈으로 추락했다. 사고 당시 박 씨는 조끼 형태 작업복을 입고 있었지만, 안전대가 연결돼 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안전대는 노동자가 발을 헛디디거나 외부 충격으로 넘어지더라도 추락을 방지할 수 있어 ‘생명줄’로 불린다. 경찰은 “아마 안전대와 줄이 연결되어 있었다면 추락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두 사고 모두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는 한편, 관계자 등을 상대로 안전 관리 의무를 소홀히 했는지 여부를 수사할 방침이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사업주는 근로자에게 보호구를 지급하고, 근로자가 제대로 보호구를 착용했는지 관리 감독할 의무를 갖는다.

산업재해로 중대한 인명피해가 발생했을 때 사업주에 대한 형사처벌을 강화하는 ‘중대재해처벌법’이 내년 1월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지난해(55명)에 이어 산업재해가 끊이질 않는다.

지난달에도 일터에서 노동자들이 숨진 사례가 잇따랐다. 지난달 23일 낮 12시 20분께 부산신항 배후단지 국제물류센터에서 귀가하던 일용직 김 모(38) 씨가 컨테이너 하역 작업을 하던 42t 지게차에 깔려 숨졌고, 그다음 날 기장군 정관읍 음식물폐기물 처리업체에서는 홀로 새벽에 기계를 정비하던 30대가 오수에 빠져 숨졌다. 노동건강연대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부산에서 산업재해 사고로 숨진 노동자는 14명이다.

노동단체는 부산시가 지난해 산재 예방 관련 조례를 제정한 후에도 실질적인 조치가 없다고 비판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제정부산운동본부 장영란 집행위원장은 “부산시는 ‘산업재해 없는 안전한 일터를 만들겠다’고 공언했지만 사고는 끊이질 않고 있다”면서 “시는 중대 재해 발생에 대비한 상시 대응 체계를 구축하고, 산재 예방 전담 부서 마련 등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배·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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