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명운 걸린 ‘지방 소멸’, 내년 대선 의제화하자”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창작과 비평> 여름호

현재 한국의 가장 시급한 국가 의제는 뭘까. 지방 소멸이다. 최근 출간된 계간 2021년 여름호는 ‘2022년 대선, 대전환의 과제 ①’이란 이름 아래 ‘지방 소멸, 대안을 찾아서’를 게재했다. 내년 3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한국이 시대 전환의 큰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며 지방 소멸 문제를 ①번으로 처음 꺼내 든 것이다. 이남주 성공회대 교수의 사회로 김유화 전 여수시의원, 이관후 경남연구원 연구위원, 정준호 강원대 교수, 4명의 대담 형식이다.

인구·산업·교육 ‘서울 블랙홀’
청년 사라진 지방은 질식 상태
참여정부 균형발전 효력 다해
초광역권으로 지역 재편하고
중앙 주도 공모사업 손질 등
수도권 집중 막을 대책 시급

근년 충격적인 대사건들이 벌어지고 있다. 2017년 이후 수도권 인구 집중이 다시 가속화하고 있고, 최근 지역거점대학을 비롯한 지방대학 정원 미달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나라가 다 망하게 생겼다는 것이다.

대담에 따르면 영국과 프랑스의 수도권 인구 집중률은 20%대다. ‘20%대’를 두고 너무 집중돼 위기라며 행정체제를 개편하며 새로운 거점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놀랍게도 한국은 수도권 인구 집중이 무려 50%를 넘어섰다. 이런데도 획기적인 대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 극도의 수도권 집중 상태에서는 모든 담론이 수도권 위주로 왜곡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중앙 언론과 국회에서는 엄청난 항공 수요가 몰리는 동남권에 추진하는 가덕도 신공항이 ‘고추 말리는 신공항’ 꼴이 날 수 있다는 황당한 이야기를 굉장히 진지하게 했다는 것이다. 또 1000만 명을 수용하는 가덕도 신공항을 만들게 되면 환경 부담이 가중될 거라며 시비를 건다. 그러나 그 6배에 달하는 6000만 명을 수용하는 ‘어마어마한’ 인천공항 확장안에 대해서는 입을 싹 닫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수도권 인구 집중에는 2가지 원인이 작용하고 있다고 한다. 첫째는 2004년 노무현 정부 때 균형발전론에 의해 혁신도시 건설과 공공기관 이전이 시행돼 2010년 이후 실제 수도권 인구 증가 속도가 둔화됐으나 이제 그 효력이 다 됐다는 것이다. 요컨대 계속적인 후속 조치가 필요한데 집권당에서 뜸만 들인 제2차 공공기관 이전이 전혀 이뤄지지 않는 것이 큰 원인이라는 것이다. 그 결과 2017년부터 수도권 인구 집중이 다시 가속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둘째 한국이 2010년대에 2%대의 저성장 시대에 진입하면서 수도권 위주의 발전 정책을 쏟아냈다는 것이다. ‘저성장 시기에는 프랑스 영국 일본 같은 나라들처럼 수도권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중앙 집중 논리가 결국 먹혀든 것이다. 실제로 지금 정부는 한국사회의 발전 모델과 산업을 디지털로 전환하면서 반도체 IT 산업, 바이오 산업을 수도권에 집중시키고 있다. 수도권 광역교통망, 수도권 3기 신도시 등 ‘수도권 정책의 폭주’에서 보듯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는 이제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따라서 내년 대선에서 지역균형발전 문제를 획기적으로 의제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대한민국의 명운이 걸린 문제다. 분권을 전향적으로 강화해야 하며, 지역을 초광역권으로 묶어 연방제 수준의 소국가로 만드는 대대적 전환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균형발전을 재정, 정책, 정치제도, 심지어 헌법에 이르기까지 최우선적으로 다뤄야 한다는 말이다.

핵심적인 사안의 하나는 중앙 주도 공모사업이다. 중앙정부가 적당히 지역 안배를 하는 이 공모사업 때문에 지역은 종합 발전 계획을 세울 수가 없다. 지역 입장에서는 정부 공모사업에 선정돼야 비로소 그것이 주력 사업이 되는 식이다. ‘싱글 팟’은 중앙정부가 예산을 한 덩어리로 지역에 주고 구체적 쓰임에 관여하지 않는 방법으로 영국 프랑스 등에서 취하는 방식이라고 한다. 한국도 이를 도입해야 한다는 말이다.

청년이 사라지는 지역은 지금 질식하고 있다. 교육 보육 일자리의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진보도 서울중심주의다. 수도권에서는 지역균형발전을 말하면 딴 나라 얘기처럼 듣고 심지어 ‘지균충’이라 비하한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을 이대로 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