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준석 태풍’, PK 정치·지방 선거판에도 상륙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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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후보가 지난 11일 결국 국민의힘 대표로 선출됐다. 이는 놀라운 일이다. 우리 정치사에서 30대 제1 야당 대표의 등장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 대표는 경선 과정에서 국회의원 경험이 전무함에도 4·5선의 당내 중진들을 큰 격차로 따돌리고 승리했다. 특히 일반 국민 여론조사에선 다른 후보들이 얻은 것을 다 합친 것보다 많은 58%를 득표했다. 그 의미가 결코 작지 않다. 세대를 넘어 정치를 근본적으로 바꾸라는 민심의 요구가 반영됐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당선 수락 연설에서 “구태에 의존하려는 사람들에 대해선 맞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 다짐이 우리 정치의 쇄신으로 열매 맺기를 기대한다.

세대교체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
여권도 변화에 자유로울 수 없어

우려되는 바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당 안에서 우군이라 할 만한 세력이 미미한 이 대표로서는 리더십에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 경선 과정에서 그는 당원 투표에선 뒤졌다. 당심의 무게 중심이 이 대표가 아닌 나경원 후보 등 기존 중진에게 쏠렸던 것이다. 당 운영을 위해 사무총장, 정책위의장 등 중책을 맡길 사람을 찾아야 하는데 아무래도 연륜이 부족한 그로서는 중진 의원들을 쓸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세대교체를 외치기는 해도 당장의 여건이 만만하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이 대표가 당내 기득권 세력의 저항을 극복하고 쇄신에 성공한다면 보수를 넘어서 우리 정치 전체에 새바람을 일으킬 것이다.

이 대표는 자신에게 향하는 비판적 시선도 겸허한 자세로 받아들여 우려를 불식시켜야 한다. 그의 정치적 이미지는 합리적 보수와 중도 지향으로 그려진다. 하지만 이번 경선 과정에서 드러났듯이, 이 대표의 능력 우선주의와 반페미니즘에 가까운 성 인식 등은 세대 또는 젠더 사이 예기치 못한 갈등과 논란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크다. 청년 문제, 양극화 등 사회 현안에 대해서도 현실적인 해법을 내놓는 대신 공정과 경쟁만을 강조하는 것은 또 다른 포퓰리즘에 다름 아니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요컨대 이 대표가 우리 정치판에 변화의 바람은 일으켰으나 미래적 가치를 제시하는 데까지는 이르지 못했다는 비판이다.

이른바 ‘이준석 태풍’은 국민의힘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기존 낡은 정치에 대한 국민적 불만이 표출된 것이고, 변화에 대한 갈망을 안에 함축하고 있다. 여야를 떠나 우리 정치권 전체에 대한 국민의 준엄한 경고인 셈이다. 바람은 비단 중앙 정치만이 아니라 부울경(PK) 등 지방 정치에도 거세게 불 조짐이다. 이미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PK 정치권에서도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이 대표 체제 아래 구성된 국민의힘 지도부에 중진들이 대거 낙선하고 PK에 기반을 둔 여성·신진 인사의 진출이 두드러졌다. 지방 정치에서도 세대교체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된 것이다. 여권도 그 바람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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