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여성 약진… ‘오륙남’ 이미지 탈피한 국민의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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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60세대 남성>

국민의힘 이준석(가운데) 신임 당 대표가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1차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당선 된 뒤 김기현 원내대표, 신임 최고위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지도부가 6·11 전당대회를 통해 파격 변신했다. ‘30대 당대표’와 함께 당을 이끌어갈 최고위원 면면을 들여다보면 기존 보수 정당의 ‘오륙남’(5060세대 남성) 지도부와는 확연히 차별화된다.

가장 두드러진 차이점은 지도부 연령대가 대폭 낮아졌다는 것이다. 9명이 참여하는 최고위원회 구성원 중 30대가 3명에 달한다. 1985년생인 이준석(36) 대표를 비롯해 1983년생 배현진(38) 최고위원, 1990년생 김용태(31) 청년최고위원 등이다. 이 밖에 조수진 수석최고위원은 1972년생으로 올해 49세, 정미경 최고위원은 56세(1965년생), 김재원 최고위원은 57세(1964년생)다.

최고위 9명 중 3명이 30대
선출직 최고위원에 女 3명 당선
이준석, 지명직 여성 발탁 계획
연공서열 버리고 변화 추구
차기 대선 정국 영향 미칠 듯

아직 정해지지 않은 정책위의장과 지명직 최고위원을 제외하고 김기현 원내대표를 포함한 최고위 7명의 평균 연령은 47세다. 2019년 전당대회 당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를 비롯한 최고위 구성원의 평균 나이 56.4세와 비교하면 불과 2년 사이에 10살 가까이 어려진 셈이다. 이는 평균 연령이 52세인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와 비교해도 5년이나 젊다.

아울러 여성들의 약진도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선출직 최고위원 4자리를 두고 10명이 경쟁을 벌인 가운데 여성인 조수진·배현진·정미경 최고위원이 당선됐다. 여성의 정치 참여를 독려한다는 차원에서 최고위원 당선자 중 여성이 없을 경우 1명을 무조건 넣도록 하는 ‘여성할당제’가 무색할 정도다. 여기다 이준석 대표가 지명직 최고위원 1명에도 여성 인사를 발탁한다는 계획이어서 최고위원 6명 중 4명이 여성으로 채워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현역 국회의원인 이용 의원의 당선이 유력할 것이라는 정치권의 예상을 깨고 청년최고위원에 김용태 위원이 큰 표 차이로 당선된 것도 파격적이다.

당원과 지지층이 국민의힘의 파격적 변화를 이끈 것은 그간 실패의 경험이 바탕이 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의힘은 수차례의 위기 상황에서도 안정적 변화에만 방점을 찍어 왔다. 보수 정당의 내리막길이 시작이 됐던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때도 국민의힘 전신인 당시 자유한국당 당원과 지지층은 전당대회에서 63세 홍준표 대표를 선택했다. 뒤이어 진행된 2019년 전당대회에선 62세의 황교안 대표를 선출했다. 이러한 선택은 2017년 19대 대선, 2018년 지방선거, 2020년 총선의 연이은 패배로 이어졌고 유권자들에게는 ‘노쇠한 보수정당’이란 이미지가 굳어져 갔다.

하지만 이번 4·7 재·보궐선거에서 승리하며 내년 대선 승리 가능성과 보수 정당의 변화 가능성을 엿본 지지층과 당원들은 이번 전당대회에서는 ‘당의 주류 교체’라는 ‘극약처방’을 선택했다. 선수나 나이 등 연공서열을 중시하는 권위적인 보수정당으로는 내년 대선에서 정권 교체를 기대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안정적인 변화만을 추구하다 2030세대는 물론 중도층으로부터 받은 외면의 경험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도 풀이된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전략적 선택을 통한 승리를 맛본 지지층은 앞으로도 새 지도부에 더욱 빠르고 능동적인 변화를 주문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국민의힘이 전당대회 과정에서 받았던 국민들의 기대감을 앞으로 얼마나 소화해 내느냐가 차기 대선 정국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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