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천성’이라는 평발, 40% 정도는 ‘후천적 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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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발 증상이 있을 때는 까치발 운동, 발가락으로 물건 잡기, 뒤로 걷기 등의 운동과 적절한 스트레칭이 도움이 된다. 부산센텀병원 정형외과 김전교 부장이 평발 치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부산센텀병원 제공

“나이가 들어도 평발이 생기나?” “그렇다”. 흔히 평발은 선천성이라고 알고 있지만 후천적으로 평발이 되는 경우도 많다. 비만 등 다양한 이유로 40~50대 장년층에서 후천성 편평족(扁平足)이 늘어나고 있다.

누적된 충격 의한 염증으로 통증 유발
발 질환·무릎·고관절·척추 등 합병증
안쪽 발목 지지하는 힘줄 손상이 원인
후경골건 부전증, 발바닥 근막염과 연관
유연성 평발은 ‘비수술적 치료’ 가능
관절염 동반 강직성 평발, 수술 고려를

■평발은 왜 문제인가

발바닥 중간에는 약간 들어간 발의 아치(arch) 부분이 있다. 이 발의 아치는 걸을 때 발의 충격을 흡수하거나 힘을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실제로 걷거나 뛸 때 우리 몸의 100~300% 하중이 발에 가해지는데 평발인 경우는 그 부하가 그대로 발바닥에 전달된다. 이로 인해 평발 증상이 있으면 쉽게 피로해지고, 누적된 충격에 의한 염증으로 통증이 유발되기 쉽다. 발에 질환이 나타날 뿐만 아니라 무릎이나 고관절, 척추 등에도 합병증이 나타날 수 있다.

맨발로 섰을 때 발 아치에 손가락 한 개도 넣기 힘들거나, 까치발을 못하거나, 발 안쪽에 굳은살이 생겼다면 평발의 전조 증상이다.

폐경기를 전후한 여성들이 특히 위험하다. 폐경으로 여성호르몬이 감소하면서 살이 찌기 쉬운 체질로 변하면 평발의 위험 요인이 된다. 급작스런 체중 증가에 따른 힘줄의 퇴행성 변화로 평발이 생길 수 있다.

평발은 선천적인 질환으로 알려져 있지만 40% 정도는 후천적으로 발생한다. 잘 걷지 않고, 갑자기 체중이 증가하거나, 밑창이 얇거나 딱딱한 신발을 많이 신는 등 여러 원인으로 후천성 평발이 된다. 장딴지 근육의 경직, 류마티스 관절염, 발바닥 근막의 파열도 원인으로 꼽힌다. 장년층 평발의 가장 대표적인 원인은 후경골건 부전증이다.



■후경골건 부전증, 후천성 평발의 대표적 원인

후경골건은 안쪽 발목을 지지하는 힘줄이다. 걸을 때 발의 아치를 유지시켜주는 역할을 하는 힘줄이다. 이 힘줄에 염증이 생기거나 퇴행성 변화가 일어나면 평발이 되면서 발의 통증을 유발하게 된다.

후경골건 부전증이 생기면 장딴지가 아픈 것 같기도 하고, 발바닥에도 통증이 느껴진다. 그래서 발바닥 근막염과 착각하기도 하는데 근막염과도 연관성이 깊다.

부산센텀병원 정형외과 김전교 부장은 “장년층에서 발바닥 근막염이 후경골건 부전증과 같이 나타나는 경우가 흔하다. 수개월 이상 발바닥 근막염을 치료해도 잘 낫지 않을 때에는 후경골건 부전증이 동반되었는지를 살펴서 같이 치료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본인이 평발인지 잘 모르는 경우도 흔하다. 방사선 사진을 찍은 후에 환자에게 “평발이다”라고 하면 상당히 많은 분들이 “평발 아니다”라고 대답한다.

이처럼 겉으로 구분되지 않으나 체중을 실었을 때 평발이 확인되는 경우를 유연성 평발이라고 한다. 이에 비해 겉으로 보기에도 평발 변형이 나타나는 경우는 강직성 평발에 해당한다. 두 경우는 치료도 각각 다르다.

평발이 있는 경우에 신발 깔창은 도움이 될까. 여러 연구결과를 종합해 보면 깔창은 평발 치료에 유용한 도구라고 할 수 있다. 증상 개선에도 꽤 도움을 준다. 발의 질환과 변형 상태를 감안해 맞춤형 깔창을 제작하면 보다 나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다만 깔창을 착용하다가 중단하면 다시 재발되는 경우가 많아 근원적인 치료라고 할 수는 없다. 발바닥 근막염 치료에도 깔창은 도움이 되는 치료법이다.



■유연성 평발과 강직성 평발의 치료

체중을 가하지 않을 때 평발로 보이지 않는 유연성 평발은 대부분 비수술적 치료 대상이다. 깔창, 스트레칭, 운동 요법, 약물 치료, 충격파 등 다양한 보존적 치료로 유연성 평발은 회복될 수 있다.

하지만 평발 상태가 고착화되어 있는 강직성 평발의 경우 비수술적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강직성 평발의 정도와 동반된 발의 상태, 특히 관절염 동반 유무에 따라 수술을 고려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비교적 심하지 않는 후경골건 부전증은 후경골건 변연절제술, 건이전술, 주위 인대 봉합술 등으로도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정도가 심한 경우에는 주위 뼈를 절골해서 발의 상태를 교정해야 하고, 퇴행성 관절염이 동반됐을 경우 관절을 유합하는 큰 수술이 필요하다. 후경골건 파열로 후천성 평발이 진행된 경우에도 수술적 치료가 불가피하다.

김전교 부장은 “후경골건 부전증은 심한 운동 등으로 발을 많이 사용하거나 장시간 서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잘 생긴다. 평상시 발을 많이 사용하는 경우 적절한 스트레칭과 휴식으로 발의 피로와 긴장을 풀어주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발의 선택도 중요하다. 평발 증상이 있지만 통증이 없다면 일반 신발을 신어도 된다. 하지만 증상이 심한 경우에는 신발 앞부분이 넓고 여유가 있는 신발을 신어 후경골건에 과도한 힘이 실리지 않도록 한다. 하이힐이나 플랫슈즈는 피하는 것이 좋다.

발목 주위 근육을 강화하는 다양한 운동이 있다. 그 중 쉽게 할 수 있으면서 효과적인 것이 까치발 운동이다. 벽을 잡고 한발 또는 양발로 서는 까치발 운동은 다리의 후방 근육을 강화해준다. 또 발가락으로 물건 잡기, 발끝으로 걷기, 뒤로 걷기 등의 운동도 평발을 예방하는데 도움이 된다. 김병군 선임기자 gun39@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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