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도권 일극주의에 짓밟힌 지방자치제 부활 3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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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지방자치제가 부활한 지 30년이 됐지만, 대한민국은 오히려 수도권 일극주의에 더 파묻혔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은 허울뿐인 구호에 그친 채 수도권 블랙홀이 국토 기형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지방분권균형발전 부산시민연대 등이 지방자치 부활 30주년을 맞아 지역의 각 분야 전문가 1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인식조사 결과를 보면, 대다수가 우리나라 지방분권과 균형발전 수준을 압도적으로 낮다고 평가했다. 30년이 지났어도 여전히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은 실체 없는 허상에 머물렀던 것이다. 이 모든 현상의 밑바탕엔 수도권 일극주의가 버티고 있음을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지방분권·균형발전 수준 아직 크게 미흡
수도권 집중 타파 외엔 근본 해결 어려워

지역 전문가들은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을 가로막은 근본 요인으로 중앙정부와 관료, 국회 등 중앙정치권의 기득권을 꼽았다. 중앙집권 시스템과 수도권 일극주의로 인한 국토 기형화에 대한 심각한 인식이 이들에겐 없다는 것인데, 실제 사례를 들자면 사실 한도 끝도 없다. 전문가들은 거의 모든 분야에서 지방분권 수준이 낮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자치재정권의 취약함을 더 강조했다. 안타까운 점은 그런데도 중앙정부의 2단계 재정분권 시행은 여전히 답보 상태이고, 현 정부의 국세-지방세 비율 조정 공약 이행도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중앙정치권과 관료들의 수도권 이기주의와 기득권 앞에 지방은 여전히 먼 곳인 셈이다.

수도권 비대화와 지방소멸을 막기 위해 정부 예산만이라도 균형발전 취지에 최대한 맞게 쓰여야 하지만, 현실에선 이마저 거꾸로 작동했다. 14일 자 의 ‘균형발전 예산 대해부’ 기사를 보면 지역 불균형 완화를 위해 법으로 책정한 균형발전 예산의 상당수가 오히려 수도권에 배분되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서울의 경우 올해 이 예산은 2267억 원으로 14년 전보다 무려 527%나 폭증했다. 인천도 3474억 원이 배정돼 123% 급증했다. 올해 부산 3249억 원, 대구 2732억 원보다도 더 많은 액수다. 지역을 위한 예산마저 오히려 수도권 집중을 가속하는 데 쓰이고 있다니 할 말을 잃게 할 뿐이다.

부산시민연대 등의 조사를 보면 결국 역대 정부의 지역 균형발전 정책이 구호에만 그친 채 여전히 문제의 본질은 외면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중앙정부와 관료들의 지역을 바라보는 근본 인식 전환이 없다면 지방자치 30년이 아니라 100년이 지나도 변화는 요원할 뿐이다.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 국가를 만들겠다던 현 정부 역시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수도권 일극주의만 더 강화됐다. 지방분권에 대한 지역민의 자각과 지방정부의 노력이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현재로선 국가 차원의 전방위적인 대응보다 더 효과적인 것은 없다고 본다. 죽어 가는 지방 입장에선 균형발전을 위한 시간도 많이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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