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항공산업 인천공항 ‘몰빵’, 법까지 어기며 강행하나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인천국제공항공사가 현행법 위반을 불사하면서까지 항공기 정비사업(MRO)에 직접 뛰어들었다. 그나마 항공부품 산업으로 버티고 있는 부울경 지역 경제의 고사 위기는 안중에 없는 듯하다. 국책 사업의 중복 투자에 따른 국민 혈세 낭비는 물론이거니와 국토의 균형발전 측면에서 봐도 수도권의 횡포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급기야 부울경 지역의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 31명이 한목소리로 정부의 각성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14일 기자회견을 열어 부울경 핵심 산업이 고비를 맞고 있는 때에 동남권 전략 산업마저 빼앗아 가려는 수도권의 욕심을 강력하게 규탄했다. 그런데도 인천시와 일부 정치권은 본질은 외면한 채 지역 갈등을 부추기는 몽니로 폄훼하고 있으니 통탄할 노릇이다.

부울경 지역경제 고사 위기 초래
수도권 욕심·정책 편향성 지나쳐

국토부가 MRO 사업자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선정한 게 2017년 12월이었다. KAI의 기술력과 사천 지역의 MRO 사업 기반, 항공우주산업단지와 제조업체 밀집 등 여러 가지 면에서 성장 여건의 우수성이 인정됐다는 뜻이다. 이후 KAI가 MRO 사업을 순조롭게 추진하고 있는 와중인 지난 5월 인천공항은 이스라엘 국영 항공우주 기업과 항공기 개조사업 투자유치 협약을 맺었다. 이제 와서 인천공항이 민간 영역에 진출하는 것은 현행 법령까지 위반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인천국제공항공사법과 한국공항공사법은 인천·김포·김해·제주 등 1등급 공항에서 MRO 사업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인천공항 몰아주기’ 정책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최근 저비용항공사(LCC) 본사 유치 문제에서도 정책적 편향성이 여실히 드러난 바 있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면서 자회사인 에어부산·에어서울·진에어 3사 통합 본사로 인천을 염두에 둔 방안을 적극 고려하고 있는데도 항공 정책을 총괄하는 국토부는 이를 방치하는 듯한 인상이다. 당초 두 항공사의 통합으로 탄생하는 대형 항공사는 인천공항 중심으로 운영하고 통합 LCC는 지방 공항을 기반으로 삼는다는 입장은 온데간데없다. LCC 통합의 취지였던 지방의 ‘세컨드 허브공항’ 구축이 공염불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물동량 기준 세계 3위인 인천공항이 MRO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하면 우리나라 기계산업의 중심지인 부울경의 처지가 더욱 열악해지는 건 불 보듯 뻔하다. 인천과 경남이 서로 윈윈할 수 있다는 게 수도권의 논리지만 이는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다. 결국 항공 부품산업은 위축되고 지역의 고급인력이 유출될 게 분명하다. 정부는 정책 추진 과정에서 인천공항에 과도하게 치우친 편향성을 걷어 내고, 인천공항은 불법적인 MRO 진출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항공기 정비업을 포함한 인천국제공항공사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도록 지역 정치권이 온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