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구 ‘이건희 미술관’ 유치에 청사 내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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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미술관’ 유치를 위해 부산 해운대구청이 현 구청 청사를 제공하겠다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었다.

해운대구청은 청사 이전을 추진 중인데, 현 청사는 전국적으로 잘 알려진 해운대해수욕장 근처인 데다 접근성이 좋고 다양한 문화 인프라를 갖춘 곳이어서 노른자위 땅으로 꼽힌다.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명분에다 해운대라는 명성까지 더해져 성과를 거둘지 주목된다.

현 중동 부지 제공 파격 조건 제시
“관광·문화 중심지로 최적 입지” 홍순헌 구청장, 공식 추진 선언
건립 예산 지원 계획까지 밝혀
북항 이어 부산 유치에 힘 실어

홍순헌 해운대구청장은 “해운대구에 ‘이건희 미술관’ 유치를 공식적으로 추진하겠다”고 14일 밝혔다. 홍 구청장은 “국제관광과 문화예술의 중심인 해운대구는 이건희 미술관이 들어서기에 적격”이라며 “해외 관광객 유치 등 관광 산업에 활력을 주고, 국토균형발전에도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건희 미술관은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기증한 미술품 2만 3000점을 소장·전시하기 위해 정부가 건립을 추진한다.

해운대구청은 중동 청사를 이건희 미술관을 위해 내놓겠다는 구체적인 조건을 내걸었다. 해운대구청은 2024년까지 재송동으로 청사 이전을 추진 중이라 연면적 1만 721㎡인 현 청사는 새롭게 활용해야 하는 상황이다. 홍 구청장은 “한진CY 부지 개발에 따른 공공기여금 없이도 기금과 자산 매각으로 청사 이전 비용 950억 원을 차질 없이 마련할 수 있다”며 “청사 부지에 이건희 미술관을 건립하는 데 걸림돌이 없으며 필요하다면 예산도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해운대구는 수도권이 내세우는 다양한 문화 인프라와 높은 접근성을 갖춘 데다 지역균형발전도 실현할 수 있어 ‘이건희 미술관’이 자리 잡기에 적합한 곳으로 평가된다. 부산시립미술관뿐만 아니라 달맞이길 일대에 화랑이 즐비하다. 해변과 특급호텔을 갖춘 국제적인 관광지로 매년 수많은 관광객이 머무는 곳이다.

올해는 미술시장도 성장하는 모습이다. 지난달 해운대 벡스코에서 열린 ‘아트 부산(Art Busan)’에 관람객 8만 명이 찾았고, 총 판매액은 350억 원을 넘겨 국내 미술시장 최대 판매액을 경신했다. 올해 4월 부산국제화랑아트페어(BAMA) 또한 4만 명 관람, 작품 판매액 65억 원으로 역대 최고 성과를 거뒀다.

부산공간화랑 신옥진 대표는 “기존 미술관과 갤러리 인근에 이건희 미술관까지 들어서면 ‘예술 관광’을 오는 국내외 관광객이 많아질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아트 부산을 아트 바젤처럼 세계적인 행사로 거듭나게 만드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서울에는 이미 삼성미술관 리움이 한남동에 있다”며 “수도권 밖에 있는 곳 중에서 각종 조건을 고려하면 해운대만 한 곳을 찾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건희 미술관은 지난달 2일 박형준 부산시장이 전국 지자체 중 가장 먼저 유치 뜻을 밝혔다. 이후 부산 북항을 최적지라고 밝힌 그는 ‘수도권 유력설’이 제기되면서 정부에 입지 공모 방식도 제안한 상황이다. 박 시장(국민의힘)과 홍 구청장(민주당)이 당을 떠나 부산 발전을 위해 한목소리를 냈다는 점에서 의미도 찾을 수 있다. 마침 지난 8일에는 민주당과 국민의힘 소속 부울경 국회의원 39명 전원은 이건희 미술관을 부울경에 지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러한 분위기에 힘입어 부산은 북항과 함께 해운대라는 새로운 카드로 승부수를 던질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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