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격과 표준… ‘두 마리 토끼 잡기’ 나선 이준석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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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이준석(왼쪽 세 번째) 대표가 14일 국회에서 열린 첫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 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kimjh@

‘파격과 표준’. 이준석 국민의힘 신임 대표가 14일 최고위원회 닻을 올리면서 내놓은 키워드는 다소 모순된다. 차기 대선이라는 종착지 도달을 위해 외연 확장과 내부 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기 위한 고심의 흔적으로 비친다. ‘파격’은 2030세대나 중도층을 향한 외연 확장 전략으로, ‘표준’은 내부 단속과 기존 보수 진영을 향한 구애로 읽힌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당 최고위원회의 일성으로 “지금 행하는 파격이라는 것들이 새로운 여의도 표준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날(13일) 자신의 ‘따릉이(공유자전거)’ 출근이 정치권 화제가 된 것을 두고 “주류 정치인들에게 외면받았던 논제들을 적극적으로 발굴·선점하고 다루는 정치를 앞으로 해 나가겠다”고 했다.

2030·중도층 외연 확장하고
기존 보수진영 단속 병행
첫 일정도 서울현충원 대신
천안함 묘역서 ‘또래 용사’ 예우
당직 인선 사전발표 두고는
“협의 후 결정해야” 비판도

공식 일정을 시작한 이날 이 대표 일정도 ‘파격’으로 채우되, 보수 진영이 전통적으로 좋아하는 안보 이슈를 끌고 오는 행보였다. 파격과 표준의 균형을 맞춘 셈이다. 이 대표 등 당 지도부를 태운 단체 버스는 이날 새벽 5시에 국회를 출발해 대전현충원 천안함 희생 장병 묘역으로 행했고, 곧바로 철거건물 붕괴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광주를 거쳐 오후 서울로 돌아왔다. 정치권 인사들이 당선 후 순국선열과 전직 대통령들이 안장된 국립서울현충원부터 참배하는 기존 여의도 문법을 깨고 “또래의 용사들”인 군 장병 예우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보수정당 대표가 첫날부터 야권의 불모지인 광주를 찾은 것도 이례적이다.

이 대표와 함께 선출된 ‘전·현직 도합 6선’에 불과한 5명의 최고위원들은 대체로 호응했다. 가장 많은 득표로 지도부에 입성한 초선 조수진 의원은 “열정과 패기를 바탕으로 선배들의 경륜과 지혜를 경청해 정권교체를 이루겠다”고 했다. 역시 초선인 배현진 의원은 “작은 것부터 하나하나 개선해 나가고 당 대표의 새로운 시도가 실패에 그치지 않게 열심히 협조하겠다”고 했다. 배 의원은 특히 “당 안팎에 있는 많은 (대선)후보들을 빨리 멋지게 무대로 불러올리자”고 했다. 복당을 신청한 홍준표 의원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실제 비공개 최고위에서 홍 의원 복당 문제가 논의됐는데, 이 대표는 회의 뒤 “복당에 반대하는 분은 없었다”며 “진행 절차에 대해서는 합의한 절차가 있으니 기다리면 될 것 같다”고 했다. 이르면 이번 주중 홍 의원 복당 문제가 마무리될 전망이다. 재선 출신인 정미경 최고위원은 “(당 안팎의 후보들을)반드시 단일화해서 정권교체를 하겠다”고 했고, 김용태 청년 최고위원은 “이 대표 중심으로 선배와 신인 정치인이 조화를 이루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다만 재선 출신인 김재원 최고위원은 이 대표에 견제구를 날렸다. 김 최고위원은 회의 공개 발언을 통해 “최고위에서 협의해야 하거나 결정해야 할 일이 사전에 공개되고 발표된다면, 최고위는 형해화되고 아무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했다. 이 대표가 일부 당직 인선을 사전 발표한 것을 비판한 것이다. 김 최고위원은 “지금은 초기라 이해하고 그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지만, 앞으로 최고위의 위상에 대해서도 신경을 써 주기 바란다”고 했다. 이 대표는 회의 뒤 “김 최고위원이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며 “대변인과 비서실장에 대해선 당무를 위해 시급한 부분이고, 특히 비서실장은 협의를 거칠 필요가 없는 인선이었다”고 했다.

민지형 기자 oas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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