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오면 태종대 앞바다는 흙탕물… 어민들 “어업 보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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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혜의 경관을 자랑하는 부산 영도구 태종대 앞바다가 최근 비만 오면 흙탕물로 변하고 있다. 인근 태종산 절개지에서 흘러나온 토사라는 분석도 있어 안전 문제까지 제기된다. 어민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조업에도 피해를 입었다며 보상을 요구한다.

16일 영도구청에 따르면 현재 영도구 동삼동 태종대 입구에서 동삼중리까지 이어지는 2.4km 구간에는 태종대 해안관광도로 공사가 한창이다. 2017년 12월 1단계 450m 구간 공사가 완료됐고, 2018년 1월부터 1950m 길이 2단계 구간 공사를 하고 있다.

해안관광로·태종산 지뢰 제거 공사
지난해부터 비 오면 토사 유실돼
나잠어업인 “시야 가려 조업 불가”
시공사 상대 4억여 원 보상 요구
구청·동원개발 “현황 파악 먼저”

하지만 지난해에 이어 최근 잦은 비로 태종대 해안관광도로 공사장에서 잇달아 토사가 무더기로 유출됐다. 무더기 토사 유출은 태종산에 묻힌 지뢰를 제거하면서 산지 일부를 깎아낸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지뢰 제거를 위해 절개된 사면을 따라 빗물과 토사가 도로 공사장으로 흘러내리고 여기에 공사장 토사까지 더해져 바다가 오염됐다는 것. 태종산은 과거 방공포대가 주둔하던 곳으로 지뢰 50여 발이 묻혀있어 2019년 7월부터 2021년 1월까지 제거작업이 집중적으로 이루어졌다.

구청 측은 “인근 군 부대에서 산 전체를 대상으로 지뢰제거 작업을 벌이고 있는 터라 흙이 쓸려 내려갔고, 공사 전에도 바다에 흙이 유출되는 현상은 관측됐다”고 말했다.

구청의 설명대로라면, 원래부터 비가 오면 흙이 쓸려 내려가는 태종산에 1년 넘게 지뢰 제거 작업이 이뤄져 산사태 등 추가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인 셈이다.

영도구청 건설과 관계자는 "급경사지에 도로를 개설하고 있기 때문에 현장에서도 위험을 감수하고 공사를 하고 있다"면서 "가배수로를 만들어서 물이 흘러나갈 수 있는 길을 만들었고, 일부 구간에는 옹벽도 설치했다"고 설명했다.

어촌계는 토사로 생업에 큰 피해를 입는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이 지역은 앞서 지난해 7월에도 집중호우 때 토사가 바다로 유입돼 한동안 조업을 나서지 못했다. 강양석 동삼어촌계장은 “나잠어업인들이 성게를 하나 따고 나면 바닥에 깔린 흙이 눈 앞에 퍼지면서 시야를 가려 정상적인 조업이 불가능하다”고 호소했다. 동삼어촌계는 지난 2월 시공사인 동원개발에 4억 5950만 원의 보상을 요구했다. 어촌계 소속 나잠어업인과 어선어업인 인원 수에 이들이 작업을 못 한 기간 15일과 하루 예상 수익 10만 원을 곱해 산정된 금액이다.

그러나 영도구청과 동원개발은 어촌계가 계산한 보상금액을 신뢰할 수 없다고 이를 거부하고 있다. 아울러 토사 유출이 조업 피해의 직접적인 원인도 아니라며 의구심을 드러냈다. 영도구청 건설과는 “어촌계가 용역을 통해 제대로 피해 현황을 파악한 다음 보상금을 제시한다면, 용역비를 포함해 보상할 의향도 있다”고 밝혔다. 시공사인 동원개발도 공사로 인한 토사 유출은 인정하지만 납득할 만한 산정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편 시공사 측은 토사 유출 방지책을 강화할 방침이다. 동원개발 김선호 현장소장은 "도로 개설을 위해서 흙을 파내 쌓아두고, 그 위에 비닐을 덮어 유실을 방지했지만 바람이 세게 불면 흙이 노출되기도 한다"면서 "비가 내려도 바로 물이 바다로 흘러 들어가지 않는 저류 시설을 내일 설치할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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