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디 액션! 해운대 한복판서 ‘카체이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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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올로케이션 영화 발신제한

장면 하나. 벚꽃이 흐드러진 달맞이 고개 길 사이로 검은색 차 한 대가 달려간다. 아이 둘을 뒷좌석에 태우고 출근길에 오른 남자의 표정이 여유롭다. 봄꽃과 신록이 어우러진 길의 끝에서 광활한 바다가 펼쳐질 때쯤 남자에게 발신 번호 표시제한으로 전화 한 통이 걸려온다. 잠시 뒤 차분했던 남자의 눈빛이 흔들리고 표정이 굳어지기 시작한다.


김창주 감독 연출 데뷔작, 조우진 주연
해운대해수욕장·용호부두·수영만 등
부산 곳곳의 모습 스크린에 가득 담겨

23일 개봉하는 영화 ‘발신제한’은 의문의 전화를 받는 한 남자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운전 중인 남자의 창밖엔 여유로운 봄날 아침의 달맞이 길이 펼쳐지지만, 휴대폰 너머로 “차 안에 폭탄이 있다”는 말이 흘러나온 순간 차 안에 빛 하나 들지 않는 느낌이 든다. 작품을 연출한 김창주 감독이 말한 “아름다운 부산의 풍경과 주인공의 긴박한 상황이 대비돼 분위기가 극대화”된 장면 중 하나다.

김 감독은 자신의 첫 연출 데뷔작인 ‘발신제한’ 촬영을 부산에서 모두 진행했다. 지난해 2월부터 4월까지 46일간 부산에 머물며 해운대구와 남구, 연제구, 영도구, 기장군 등 지역 곳곳의 모습을 가득 담았다. 남구 용호부두와 부산항대교, 감만동 북항로 부근과 해운대구 수영만 요트경기장, 동백섬 선착장, 좌1동 행정복지센터, 영화의거리, 연제구 법조타운 빌딩, 기장군 중앙중학교, 영도구 봉래나루로 등 정겨운 지역의 이곳저곳이 스크린에 가득하다. 이 밖에도 해운대구 동백중학교 인근 도로와 아르피나 유스호스텔, 장산역 등도 담겨 영화를 보는 내내 부산의 모습을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할 법하다.

가장 눈에 띄는 건 해운대 해수욕장 삼거리와 구남로 문화광장, 센텀서로, 센텀시티 지하차도, 반여 고가교, 영화의 거리, 수영만 요트경기장 등 도심 한복판서 펼쳐지는 카체이싱 액션이다. 고층 건물이 쭉 늘어선 센텀시티와 해운대 해수욕장의 전경은 쫓고 쫓기는 차량 추격의 흥미진진한 상황을 더욱더 역동적으로 만든다. 이 장면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김 감독이 “부산 경찰서와 소방서 등 기관의 많은 분이 협조해주셔서 영화를 완성했다”고 밝혔을 만큼 부산 시민의 넉넉한 인심 덕분에 만들 수 있었단다. 실제로 영화의 순조로운 촬영을 위해 부산영상위원회와 해운대구청, 해운대경찰서, 부산시설공단, 부산지방법원, 부산항만공사, 남부경찰서, 기장경찰서, 영도구청, 부산관광공사 등이 다양한 방식으로 의기투합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감독은 영화 ‘웰컴 투 동막골’ ‘설국열차’ ‘관상’ ‘명량’ 등의 편집감독을 맡았던 실력있는 영화인이다. 김 감독은 연출 데뷔작의 배경을 부산으로 정한 이유로 “천혜의 자연과 세련된 현대미가 공존하는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라며 “빌딩의 스카이라인 사이 펼쳐진 시원한 바다가 있는, 그런 아름다운 곳에서 공포스러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역설이 재미있을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부산 출신인 이대희 프로듀서와 촬영 시작 2년 전부터 부산 곳곳을 돌아다니며 최적의 장소를 물색해 카메라에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의 주연인 조우진과 이재인, 지창욱 등이 해운대 해수욕장 광장 한가운데서 목숨 건 줄다리기를 하는 대립도 영화의 볼거리 중 하나다. 이 작품으로 첫 주연에 나선 조우진은 해운대 한복판서 벌어지는 고난도의 카체이싱 액션을 직접 소화했다.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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