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은 동아시아 민주화 상징적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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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대통령 김대중과 현대사/장신기

는 이를테면 ‘김비어천가’ 격의 책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엎어져 찬사를 쏟아낸다. 왜 찬사인가. 김대중의 면모를 세계는 다 아는데 한국만 잘 모르기 때문이란다.

북·미·중 등 상대 한국 외교 황금기 열어
IMF 위기 극복 등 다양한 치적에 ‘찬사’

주한 미 대사를 지낸 도널드 그레그는 “50년간 아시아 관련 일을 하면서 내가 만난 가장 위대한 아시아인 3명은 한국의 김대중, 중국의 덩샤오핑, 싱가포르의 리콴유”라고 했다는 것이다. 독일 일간 은 “김대중은 동아시아 민주화의 상징적 인물”이라고 했다. 김대중이란 인물의 크기가 그렇게 크다는 것이다.

저자는 “김대중은 인류보편적인 가치인 민주주의와 평화를 정치의 목표이자 원칙으로 강조했고 화해와 관용의 정치로 한국, 한반도, 동아시아 지역에 미래지향적인 새로운 질서를 개척했다”고 본다. 특히 김대중 정부는 북한 일본 미국 중국 러시아를 상대로 한국의 외교 황금기를 열었다고 한다. 김대중은 “우리는 4대강국에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국민 모두가 외교 국민이 돼야 한다”고 주장할 정도로 외교를 매주 중시했다. “우리는 고도의 외교 민족이 돼야 합니다. 절대로 감정을 가지고 문제를 다루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 민족에게 가장 큰 결함은 성질이 급하다는 점입니다.” 김대중은 반일감정을 격화시킬 필요가 없다는 지론을 가지고 있었다. 일본이 좋아서가 아니라 국익을 추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한국에게 특별하다’ ‘한국 있는 일본, 일본 있는 한국을 지향해야 한다’ ‘중국에 적대적이고 자극적인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그의 외교 전략이었다. 김대중은 항상 “한국은 지리적으로 작은 나라이다. 그러나 지정학적으로는 굉장히 크고 중요한 나라이다”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지정학적 저주를 지정학적 축복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이 한반도의 평화통일이라는 구상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3단계 통일론으로 구체화돼 있다.

김대중의 치적은 아주 다양하다. 복지 혁명을 통해 한국을 복지국가로 이행시켰으며, 인권을 국정의 핵심 가치로 내세워 국가인권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제주 4·3특별법도 김대중 정부 때 제정했다. 저자는 김대중이 망국의 위기에서 나라를 세 번 구했다고 본다. 광주민주화운동 문제 해결 과정에서 화해·포용·관용 원칙을 내세워 군사독재 정권 세력과 민주화 세력 사이의 극단적 충돌을 막은 것이 첫 번째였다고 한다. 두 번째는 1994년 북핵 위기 때 카터 방북과 일괄타결안을 성사시킨 ‘김대중 해법안’이었다고 한다. 세 번째는 한국전쟁 이후 최고의 국란이었던 IMF 위기 극복이었다.

싱가포르 리콴유와의 논쟁은 김대중이 거인의 면모를 지닌 민주주의자였음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한다. 리콴유는 민주주의는 서구의 것이라며 아시아에선 독재가 가능하다는 아시아적 가치를 내세웠다. 이에 김대중은 아시아 전통문화 속에 민주주의 요소가 있다는 것을 사상과 제도 측면에서 분석하면서 아시아의 민주주의 전통이 전 세계 민주주의 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음을 강조하는 깊은 안목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장신기 지음/시대의창/600쪽/2만 5000원.

최학림 선임기자 the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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