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해양치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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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몰 시간대에 낙조를 보며 즐기는 ‘선셋 필라테스’. 외국 어느 섬 바닷가에서 할 때와 전혀 다르지 않았다. 지팡이 같은 폴(pole)을 이용해 백사장을 걷는 해변 노르딕워킹은 어떤가. 몸 건강뿐 아니라 마음마저 힐링됐다. 부산시와 부산관광공사가 해양레포츠 저변 확대와 관광 활성화를 위해 마련한 해양치유 프로그램에 지난달부터 참여하고 있다. 다대포와 광안리 해수욕장, 송정과 해운대 해수욕장을 격주로 오가는 수고로움에도 전혀 아깝지 않은 시간이다. 회당 5000원에서 1만 원의 참가비로 바다도시 부산에 사는 즐거움을 만끽한다고나 할까. 전엔 알지 못한 즐거움이다.

알고 보면 해양치유가 거창한 게 아니다. 올해 2월 시행에 들어간 ‘해양치유자원의 관리 및 활용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해양치유란 해양치유자원을 활용하여 체질 개선, 면역력 향상, 항노화 등 국민의 건강을 증진하기 위한 활동”이라고 정의한다. 이 중 해양치유자원은 “갯벌, 소금, 해양심층수, 해조류, 해양경관, 해양기후 등 해양치유에 활용될 수 있는 해양자원”이라고 나와 있다. 즉, 바다라는 경관자원을 활용해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활동이니 당연히 해양치유이다. 치료와는 다른 치유는 자연치유력이 핵심이다.

유럽의 해양국가에선 100여 년 전부터 자연치유 산업이 발달했다. 우리나라는 국립공원, 휴양림 등에서 산림자원을 이용해 휴식을 취하는 산림휴양 프로그램을 도입했고, 이후 교육과 치유를 거쳐 문화·레포츠까지 발전한 산림복지 서비스 개념으로 확대했다. ‘산림복지 진흥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것도 2015년이다. 그에 비하면, 해양자원을 이용한 해양치유는 이제 막 걸음마를 뗐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시도하고 있지만, 전문 인력과 관련 연구 부족으로 활발한 편은 아니다.

천혜의 자연환경과 뛰어난 접근성, 해양 먹거리와 즐길 거리가 있는 부산은 그 어떤 도시보다도 해양치유산업이 활성화되기 좋은 여건을 지녔다. 2019년 해양수산부의 ‘해양치유 실용화 연구 협력사업지(완도, 태안, 울진, 경남 고성)’ 공모에선 비록 탈락했지만, 부산 스스로 개척할 여지는 충분하다고 본다. 평균수명이 늘어나고, 고령 인구가 점점 많아지는 부산으로선 더더욱 몸과 마음을 치유하며 여가를 즐길 수 있는 해양치유산업에 관심을 가져 볼 만하다. 해양치유센터 건립 같은 굵직한 사업 못지않게 실생활에서 즐길 수 있는 소소한 해양치유 프로그램이 많아지길 기대한다.

김은영 논설위원 key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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