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의료행위 막는다” vs “위험수술 거부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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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수술실 CCTV 설치’ 법안

‘수술실 CCTV 설치’가 또 한번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며 첨예한 찬반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대리수술, 환자 성희롱 등 범죄 근절에 필요하다”는 찬성 측 입장과 “수술 기피 현상이 우려된다”는 반대 입장이 다시 한번 팽팽히 맞서고 있다. 관련 법안 상정을 앞두고 여야 정치 공방으로까지 번지면서 6월 임시국회 통과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17일 국회와 의료계 등에 따르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오는 23일 법안소위를 열어 ‘수술실 CCTV 설치 법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번 법안에는 대리수술 등 의료부정행위를 막기 위해 수술실 내 CCTV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하는 내용이 요지다.

국민 여론과 의료계 입장 첨예 대치
2015년 첫 발의 후 6년째 지지부진
23일 법안소위, 통과 여부 ‘초미 관심’

법안 찬반 논란 여야 공방으로 번져
이준석 “추가 논의” 이재명 “빨리 통과”

수술실 내 CCTV 설치 법안은 6년 전인 2015년 처음 발의됐지만, 의료계의 강한 반발 속에 19·20대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한 채 폐기됐다. 하지만 의료인 자격이 없는 자의 불법 대리수술이 끊임없이 사회적 논란을 낳았고,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해야 한다’는 국민적 여론이 힘을 받으면서 논의에 다시 불씨가 붙었다. 현재 수술실 CCTV 설치 관련 법안 3개가 발의된 상태다.

해당 법안이 이번 달 내로 국회를 통과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다만 수술 전 환자가 의료진에게 CCTV 촬영 동의를 받아야 하는지, 모든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세부적인 내용은 논의를 통해 풀어가야 할 과제다. 정부는 해당 법안에 대해 수술실 내부 CCTV 설치를 병원의 자율에 맡기되, 공공의료기관부터 단계적으로 의무화하자는 절충안을 우선 제시한 상태다.

법안 찬반 논란은 여야 공방으로도 번지고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14일 “CCTV 설치의 찬반을 당장 언급하기보다는, 사회적으로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예민한 사안인 만큼 찬반이 아닌 보류에 가까운 신중한 입장을 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권 유력 대권 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적극적이다. 그는 “수술실 CCTV 설치는 국민들이 압도적으로 동의하는 법안이자 오랜 기간 토론을 거친 사안”이라며 법안 통과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수술실 CCTV 설치가 이슈로 부각되면서 의료계와 시민단체 사이에서의 찬반 논란도 뜨겁다. 의료계는 CCTV 설치가 의사의 자율권을 침해하고, 환자 개인정보를 노출할 위험이 크다고 주장한다. 의사가 중환자나 사망 위험이 큰 수술을 기피하게 돼 ‘소극적 의료’가 일상화될 것이라는 입장이다.부산의 한 종합병원 의사 박 모(48) 씨는 “CCTV가 수술실을 계속 비추면 심리적으로 위축돼 의사들이 위험성이 높은 수술을 거부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며, 이는 결국 위급 환자 수술 기피로 이어진다”고 주장했다.

반면 환자 단체 측에선 CCTV 설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국백혈병환우회 등 9개 단체로 구성된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환자의 안전과 인권을 보호하고 의료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법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수술실은 외부와 철저히 차단돼 그 안에서 발생한 일은 알기 어렵다”며 “수술실에 CCTV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는 건 수술실 내 환자의 안전을 지키는 최소한의 조치”라고 강조했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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