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러 첫 정상회담에도 ‘온기 제로’ 신냉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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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러 정상회담이 열린 지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 미국이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를 언급하면서 양국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0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적이자 대표적인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 독살 시도와 관련해 미국이 새로운 제재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16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정상회담을 가졌지만 러시아에 대한 압박을 지속할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러 야권 운동가 독살 시도 관련
미국 “추가 제재 준비” 예고
러시아 “기대한 신호 아냐” 지적
가스관 건설 제재도 유지 방침
“양국 회담, 전환점 못 됐다” 평가


설리번 보좌관은 이날 CNN방송과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나발니 독살 시도 후 미국은 제재를 가했고 러시아가 대가를 치르게 하기 위해 유럽 동맹을 규합했다”며 “우리는 이 사건에 적용할 또 다른 제재 패키지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솔라윈즈 해킹이든 선거 개입이든 나발니 사건이든 러시아의 해로운 활동에 대응하는 데 있어 사정을 봐주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보여줘 왔다고 강조하면서 “화학 무기와 관련해 추가 제재를 가할 것”이라며 적절한 대상을 파악하는 대로 제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설리번 보좌관은 또 미국은 러시아의 ‘노르트 스트림-2’ 가스관 건설과 관련된 러시아 단체들에 대한 제재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르트 스트림-2는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독일로 보내는 해저 가스관 연결 사업으로, 미국은 러시아산 가스가 유럽으로 더 많이 수출되면 러시아의 영향력도 커질 수 있다며 반대해왔다.

이에 대해 러시아 외교당국은 강한 불쾌감을 내비쳤다.

아나톨리 안토노프 미국 주재 러시아 대사는 이날 뉴욕 케네디국제공항(JFK)에서 자국 취재진에 양국 정상이 정상회담을 마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나온 고위 외교당국자의 제재 발언에 대해 “기대했던 신호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제재를 통해서 양국 관계를 안정시키고 정상화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제재가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도 이날 자신의 SNS를 통해 “워싱턴의 어떤 사람들은 회전목마의 장애물 경주를 아주 마음에 들어 해 이상하다”고 비꼬았다. 반복적으로 제재를 가하는 미국의 태도를 회전목마에 빗대어 비판한 것이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은 지난 16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가진 첫 정상회담 이후 회담 결과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지만, 대다수 언론은 양국 관계 개선에 큰 전환점이 되지 못했다는 평가를 내놓은 바 있다.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일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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