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이 바이러스 창궐한 남미, 보이지 않는 ‘코로나 탈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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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위기에서 좀처럼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남미 국가들이 두 번째 코로나 겨울을 맞으면서 대확산 우려 가능성이 또다시 제기되고 있다.

아르헨티나, 칠레, 브라질, 페루 등 남반구에 위치한 남미 국가들은 21일(현지시간)을 기해 동절기에 접어들었다. 지난해 2∼3월 코로나19 상륙 이후 두 번째 겨울을 맞은 셈이다.

‘변이’ 극성에 백신 효과 떨어져
대규모 집회·방역 손 놓은 정부
다시 겨울 맞아 ‘대확산’ 우려
하루 사망자 상위 10개국 중
브라질 포함 절반이 남미 국가


코로나19 백신이 보급되면서 많은 남미 국가들이 봉쇄를 해제했지만, 남미는 현재 전 세계에서 코로나19가 가장 심각한 대륙으로 꼽힌다. 프랑스령 기아나를 제외한 남미 12개국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3160만 명이며, 사망자는 97만 명을 넘어섰다. 남미 인구가 전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5%대에 불과하지만, 전날 기준 코로나19 하루 신규 사망자 상위 10개국 중 브라질(2위), 콜롬비아(3위), 아르헨티나(6위), 페루(7위), 칠레(9위) 등 절반이 남미 국가다.

인구 대비로 보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영국 옥스퍼드대 통계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일주일간 인구 100만 명 대비 일평균 코로나19 사망자 수 상위 10개국 중 7개가 남미 국가다. 파라과이가 100만 명당 16명으로 가장 많고 수리남, 아르헨티나, 콜롬비아, 우루과이, 브라질, 볼리비아가 뒤를 잇고 있다. 특히 지난 19일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코로나19 사망자 50만 명을 넘어선 브라질의 경우 지난 20일 현재 주간 하루 평균 확진자는 7만 3200명을 기록했다. 4월 1일(7만 3993명) 이후 최다 수치를 기록한 것이다. 주간 하루 평균 사망자 역시 2063명으로 집계되면서 한 달여 만에 다시 2000명을 웃돌기 시작했다.

이처럼 남미 국가들이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데는 감마 변이나 람다 변이 등 변이 바이러스의 기승으로 백신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대도시의 높은 인구밀도를 비롯해 열악한 의료체계, 기저질환 유병률 등도 코로나19 확산의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콜롬비아의 반정부 시위, 브라질의 남미축구선수권대회(코파 아메리카) 등 대규모 집회와 행사가 이어지는 것도 감염 확산을 부추기고 있다.

정치권의 실정도 한몫하고 있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의 경우 연방정부 차원의 봉쇄 조처를 내리지 않은 것은 물론 지난해 3월 이후 80건 이상의 대중 집회에 참여하는 등 방역에 신경쓰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브라질에서는 지난 19일 26개주 가운데 최소 22개주에서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이끄는 현 정부의 실정을 규탄하는 시위가 대대적으로 벌어졌다.

세계보건기구 산하 범미보건기구의 카리사 에티엔 국장은 최근 브리핑에서 “(남미 지역은) 몇 달째 위기가 이어지고 있다”며 “국제사회의 지원 없이는 회복은 먼 미래의 일이 될 것”이라고 호소했다.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일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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