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구태정치 불쏘시개로 소비되는 ‘윤석열 X-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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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윤석열 X-파일’을 둘러싸고 돌아가는 정치권의 꼴이 가관이다. 처음 파일의 존재가 거론될 때만 하더라도 윤 전 검찰총장의 정치 행보에 대한 일종의 견제성 메시지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보수 진영의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이 지난 19일 해당 파일을 직접 본 결과 방어가 어렵겠다고 판단했다는 요지의 평을 내놓은 뒤 논란이 중구난방으로 퍼지고 있다. “지라시 수준”이라며 평가절하하는 쪽이 있고, “실체가 있어 보인다”며 윤 전 총장을 공격하는 이도 있다. 정치공작 운운하는가 하면, 윤 전 총장 대신 새 후보를 옹립하려는 야권의 자작극이라는 설도 있다. 국민으로서 이런 상황은 곤혹스럽기만 하다.

실체 해명 대신 정치적 이익에만 몰두
투명하게 공개하고 검증받는 게 도리

청와대를 비롯한 여권은 현 상황을 은근히 즐기는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 청와대는 해당 파일에 대해 아무런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관련 내용을 뉴스로 봤다는 식으로 모르쇠로 일관한다. 더불어민주당은 불필요한 논쟁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도 ‘윤석열 X-파일’이라는 말은 국민의힘 쪽에서 나오지 않았냐며 야권에 책임을 떠넘긴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 리 없다는 뉘앙스를 풍기며 윤 전 총장을 공격한다. 파일의 내용이 사실이냐 아니냐 따위를 밝히려는 생각은 없어 보인다. 가만히 놔둬도 윤석열을 매개로 야권 스스로 자멸할 수도 있는데 굳이 긁어 부스럼 만들지 않겠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등 야권은 이른바 ‘내부 폭로’로 벌집을 쑤신 듯 요란한 반응을 보이지만, 정작 파일을 세상에 공개하는 데는 서로 미루며 ‘폭탄 돌리기’ 양태를 보이고 있다. 특히 파일의 내용을 폭로한 장 소장과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 간 벌어지는 진실 공방은 볼썽사납다. 장 소장은 본인이 문건 공유를 제안했지만 김 최고위원이 거절했다고 주장한 반면, 김 최고위원은 본인이 문건 공유를 요청했지만 단칼에 거절당했다고 맞섰다. 이러는 가운데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해당 파일에 대해 “제가 판단할 사안이 아니다”라며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윤석열 X-파일’의 실체를 밝히고 논란을 해소하려는 의지가 없는 것이다.

이미 세간엔 윤 전 총장의 가족 문제 등 해당 파일에 대한 갖가지 소문이 회자되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은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저마다의 이익에 따라 ‘윤석열 X-파일’을 소비할 뿐이다. 윤 전 총장 본인도 자신과 가족의 비리 의혹을 담은 것으로 알려진 파일에 대해 정치공작으로 밀어붙일 뿐 적극 해명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는다. 여와 야, 윤 전 총장 모두 음모와 술수로만 반응할 뿐 국민은 안중에도 두지 않는 것이다. 도대체 국민을 뭘로 보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의혹이 있으면 투명하게 공개하고 검증받는 게 국민에 대한 도리 아닌가. ‘윤석열 X-파일’에서 우리 정치가 여전히 구태에 빠져 있음을 확인하게 돼 몹시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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