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려한 ‘청사포공원’, 화재 후 6개월 넘게 ‘방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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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려한 경관을 자랑하는 부산 해운대구 달맞이 언덕 야산 일부가 화재로 불탄 뒤 6개월이 지나도록 복원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부산시가 공원 일몰 등에 대비해 중점 관리할 정도로 환경적 가치가 높은 곳이지만, 구청은 별도의 조림 계획을 수립하지 않았다. 소극적인 행정에 화재를 낸 업체 측도 보상 등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23일 오전 11시께 부산 해운대구 중동 달맞이언덕 해월정. 등산로를 따라 약 300m를 내려가니 아래쪽으로 휑한 야산이 눈에 들어왔다. 중동 산 42-7번지 일대 0.066ha(660㎡) 일대 경사지에는 크고 작은 나무 밑동이 듬성듬성 땅에 박혀있었다. 일부는 지름이 50cm에 이르기도 했다. 밑동뿐만 아니라 나란히 쌓아놓은 나뭇가지들은 대부분 검게 그을린 모습이었다.

공원일몰제로 시비 들여 매입한
해운대 달맞이언덕 인근 660㎡
해운대구, 조림 계획 없이 버려 둬
화재 낸 블루라인과 협의도 안 해
업체 측 “비용 대고 식목도 계획”

이곳은 지난해 12월 해변 쪽 블루라인파크 스카이캡슐 시설 용접 작업 중 산불이 발생한 곳이다. 부산시가 보존 가치가 높다고 판단해 중점적으로 관리해온 ‘청사포 공원’의 중심이다.

부산시 공원운영과 이동흡 그린부산지원관은 “해변과 인접한 청사포 공원 일대는 환경적 가치가 높은 곳이라 보존이 필요했다”며 “공원 일몰 이후 난개발을 차단하기 위해 부산시가 일대를 매입했다”고 밝혔다. 불에 탄 곳 중 일부가 부산시가 청사포 공원 전체 31만 8399㎡ 중 270억 원을 들여 매입한 사유지 17만 292㎡에 포함됐다.

보존 가치가 높은 산림이 불에 탔지만, 구청의 후속 조치는 이번 달에 그을린 나무를 잘라낸 것이 전부다. 화재를 낸 블루라인파크 측과 보상 논의조차 하지 않았다. 지난해 화재 이후 국민의힘 부산시당 측에서 “산림 피해에 대한 구상권 청구가 필요하다”고 지적까지 했지만, 이후 업체 측과 구체적인 보상 협의를 진행하지 않은 것이다.

업체 측도 산림 복원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블루라인파크 관계자는 “화재 이후에 전문가에게 의뢰해 80% 이상은 자연 회생할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1년 정도 상황을 지켜보고 후속 조치를 하려 했다”고 말했다.

구청과 업체 측은 취재가 시작되자 뒤늦게 대책을 내놓았다. 해운대구청 늘푸른과 김석환 과장은 “산불이 난 지역에 올해 하반기 중으로 다시 나무를 심을 수 있도록 진행할 것”이라며 “비용 문제를 두고 블루라인파크 측과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블루라인파크 측도 “구청이 사전 협의 없이 벌목을 진행했다”며 “산불이 난 지역에 다시 나무를 심기 위해 비용을 대고, 앞으로 해변 철로 일대에 다양한 나무를 심어 가꿀 계획도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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