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미의 문화본색] 오픈 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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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부 기자

콘텐츠의 경계가 사라졌다. 콘텐츠의 질이 좋기만 하면 국경 따위는 사라진 지 오래다. 비록 시차로 인해 새벽에 봐야하긴 했지만 영국 런던 이스트엔드에서 공연 재개를 알리며 성대하게 개최한 뮤지컬 콘서트를 실시간으로 한국에서 볼 수 있는 시대다.

그렇다보니 콘텐츠의 질을 비교하기 쉬워졌고, 소비자는 세계 최고의 콘텐츠를 손가락 터치 한 번으로 볼 수 있게 됐다. 그만큼 콘텐츠의 양과 질이 늘고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최근 부산에서 콘텐츠 수요를 가늠할 수 있는 일이 벌어졌다. 한국에서 손꼽히는 드라마 제작사 A사가 1920~1930년대 일제강점기 경성 배경의 작품을 여러 편 기획·개발하고 있는데, 오픈 스튜디오 건립을 두고 부산을 비롯한 총 3곳의 지자체에 건립 의향을 알리고 추가 인센티브가 있는지 문의했다.

A사의 조건은 이렇다. 지자체로부터 토지를 무상으로 제공받는 대신 50억 원 상당을 투자해 오픈 스튜디오를 건설하고, 촬영이 끝나면 철거하기 보다는 지자체가 관광객이 언제든지 볼 수 있는 테마파크이자 경성 배경의 영구적인 세트장으로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이 늘고 필요한 콘텐츠의 수도 늘어나면서, 상대적으로 적은 제작비에 높은 퀄리티를 뽑아 내는 K-시네마와 K-드라마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늘었다. 이 때문에 전국적으로도 스튜디오 건립 붐이 일어나고 있다. 콘텐츠 제작사들은 아무래도 접근성이 좋은 수도권에 직접 투자해 스튜디오 단지를 짓는다. CJ ENM의 ‘콘텐츠 월드’(경기도 파주), VA 코퍼레이션의 ‘VA 스튜디오 하남’(경기도 하남) 등이 대표적이다.

당연히 실속을 따져봐야겠지만 이런 상황 속에서 부산에 들어온 제안이니 그냥 넘겨버리기엔 아쉽다. 현재 부산영상위원회가 운영하는 부산영화촬영스튜디오(실내 스튜디오 2동), 영화진흥위원회가 2023년까지 1차 완공 예정인 기장군 부산촬영소(실내 3동+오픈 스튜디오)가 부산이 가진 촬영 인프라다. 만약 부산이 A사의 제안을 받아들여 유치에 성공한다면 기존에 가진 촬영 인프라와 더불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가장 큰 걸림돌은 부지다. 부산은 도심지라 1만 평 이상의 부지를 찾기가 쉽지 않다. 지자체 부지 무상 제공과 제작사 투자로 만들어져 성공 모델로 평가받는 충남 논산 선샤인랜드와 다른 점이다. 한편으로는 부산시가 이건희 미술관을 북항에 유치하겠다고 선언한 것처럼 의지만 있다면 부지는 부차적인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콘텐츠의 경계가 사라져 콘텐츠 빅뱅이 일어나는 시대다. 부산시의 올바른 선택을 기대한다.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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