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 내려놓은 최재형 “대선 출마, 차차 말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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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감사원 앞에서 취재진에게 감사원장 사퇴 등 거취와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야권 대선 주자로 거론되는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28일 결국 사퇴 의사를 밝혔고,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사표를 수리했다. 최 전 원장은 이날 “대한민국의 앞날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숙고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고 밝혔다. 그는 대선 출마에 대해서는 “차차 말하겠다”고 말을 아꼈지만, 정치권에서는 출마를 기정사실로 여기는 분위기다. 최 전 원장이 정치권에 기반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최소한의 준비 기간을 갖고, 또 정치적 중립성 시비를 의식해 당분간 대권 도전을 공식화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최 전 원장 주변에서는 7~8월 중 정치 참여를 선언하고, 8월에는 국민의힘에 입당하는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다.

7~8월 중 정치 참여 관측
원전 감사·도덕성 주목
대권 경쟁력은 의문부호
여론조사 야권 내 3위
여 “헌법상 의무 저버려”

최 전 원장이 야권 내에서 대권 주자로 거론되기 시작한 건 감사원의 지난해 월성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관련 감사가 계기가 됐다. 문재인 정부 탈원전 정책과 직결되는 해당 감사에 대해 청와대와 여권이 ‘표적 감사’ ‘정치 감사’라며 극도로 예민한 반응을 보였지만, 감사원은 경제성 평가가 현저히 낮게 조작됐다는 감사 결과 발표를 강행했다. 특히 최 전 원장은 해당 감사에 대한 국회 답변 과정에서 자신을 매섭게 몰아세우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에게 시종 차분하게 대응하면서도 감사의 신뢰성에 대해서는 단호한 입장을 보여 주목을 받았다.

여기에 6·25전쟁 영웅인 아버지 최영섭 예비역 해군 대령 등 ‘병역 명문가’ 집안 출신에 경기고-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엘리트 판사 출신임에도 고교 시절 장애인 친구를 2년 동안 업고 등교한 일화, 2남 2녀 중 두 아들을 입양한 사실 등 인간적인 면모까지 더해지면서 “적어도 도덕성 면에서는 걱정할 게 없는 인물”이라는 호평이 나온다.

최 전 원장이 정치 참여를 결심한 배경으로는 현 정부와 대립하면서 느낀 문제의식이 직접적 원인으로 거론된다. 최 전 원장의 한 지인은 “이 정부 들어 무너지는 법치를 바로잡기 위해 정치 참여를 결심한 것 같다”는 취지로 말했다. 여기에 정의화 전 국회의장 등의 강한 설득도 한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여론조사업체 PNR리서치가 머니투데이 등의 의뢰로 지난 26일 성인 1002명을 대상으로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한 차기 대통령 적합도에서 최 전 원장은 3.7%로 여야 대선 주자 중 6위를 차지했다. 야권 내에서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25.5%), 홍준표 의원(6.1%)에 이은 3위였다.

야권에서는 최 전 원장이 윤 전 총장과 마찬가지로 문재인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면서 급부상했다는 점에서 윤 전 총장이 최근 불거진 ‘X파일’ 등 검증의 문제로 크게 흔들릴 경우 ‘대체재’로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이와 관련, 최 전 원장이 국회 내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개헌파’를 우군으로 삼기 위해 대통령 임기 단축과 이를 통한 개헌을 승부수로 던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여기에 ‘적폐 수사’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강성 지지층의 반감을 사고 있는 윤 전 총장과 달리 최 전 원장은 이들로부터도 우호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PK(부산·울산·경남) 정치권 일각에서는 최 전 원장이 경남 창원(진해) 출생이라는 점을 고리로 ‘PK 후보 대망론’을 거론하기도 한다. 그러나 최 전 원장은 1956년 경남 진해에서 태어난 직후 아버지의 근무지가 해군본부로 바뀌면서 서울로 옮겨와 줄곧 서울에서 생활했고, 진해에는 거의 연고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민주당은 이날 최 전 원장이 사의를 표하자 “현역 감사원장의 대권 도전은 헌법상 의무를 저버리는 행위” 등 격한 비난을 쏟아냈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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