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치 밑도는 황화수소, 사고 당일엔 왜 16배나 치솟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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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 조선소 화장실 유독가스 사망사고

부산 사하구 조선소 화장실에서 발생한 황화수소 사망사고(부산일보 6월 28일 10면 보도)로 합동 감식반이 황화수소 유출 원인을 살폈지만 결국 사고 원인을 찾지 못했다. 정화조나 오수처리시설이 없는 화장실은 관리 사각에 놓여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사하경찰서와 부산환경공단, 안전보건공단 등이 참여한 합동 감식반은 28일 오전 사망사고가 발생한 사하구 구평동 조선소 화장실에서 감식 활동을 벌였다. 이곳에서는 26일 오전 11시 4분께 고농도 황화수소 등을 들이마신 선박전기설비 업체 직원 2명이 잇달아 숨을 거뒀다.

감식반은 도로 위 맨홀을 열고 화장실에서 색소가 섞인 물을 흘려보냈다. 변기에서 흘려보낸 빨간색 물과 바닥 배수로를 타고 내려온 노란색 물이 하수관거로 합류해 배관 상태는 양호한 것으로 확인됐다.

28일 합동감식반 사고현장 감식
황화수소 기준치보다 낮게 검출
사고 원인 못 밝힌 채 오리무중
정화조 없는 화장실 관리 ‘비상’

이어 내시경으로 해당 하수관을 살폈지만 막혔거나 훼손은 없었다. 감식반은 오수관 파손 등으로 가스 배출이 막혀 가스가 역류했을 것으로 보고 조사에 들어갔지만, 정작 파손된 곳이 없었다. 사고 원인은 현재까지는 오리무중인 상태다.

조선소 앞 맨홀 뚜껑을 열어서 측정한 황화수소 수치도 최대 2ppm이다. 기준치 15ppm에 한참 모자라는 수치다. 사고 당일에는 기준치의 16배가 넘는 황화수소가 검출된 것과는 확연히 달랐다.

합동 감식반은 일단 주 오수관거에 있던 황화수소가 갑자기 역류하면서 화장실로 유입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특히 사고가 벌어진 날은 주말이라 오물 양이 많지 않았고 유속이 느려져 유독가스 역시 일부 구간에서 정체됐을 확률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합동 감식반은 오는 주말에 추가 감식을 할 예정이다.

합동 감식반 측은 "오수관이 파손되는 등의 이유로 물이 흐르지 못해 고인 물에서 나온 가스가 역류한 것으로 추정했는데 그렇지 않은 것으로 확인했다"면서 "여러 가능성을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합동 감식마저 사고 원인을 짚어내지 못하면서 화장실 사고에 대한 불안감만 높아가고 있다. 이미 2019년 수영구 화장실 사망 사고를 겪은 터라 관리의 사각인 다른 화장실에서 또 다른 비극이 벌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선 구·군은 정화조나 오수처리시설이 설치된 화장실은 매년 1~2회 수질 검사와 내부 청소를 강제하고 있다. 하지만 사고가 발생한 화장실은 정화조나 오수처리시설이 없어 별도의 점검도 받지 않았다.

전문가는 부산지역 노후 하수관 전수조사와 가스 경보기 설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동의대 소방방재행정학과 류상일 교수는 "부산지역은 전반적으로 오·폐수관 노후도가 높아 합동 점검을 통해 오래된 하수관 위주로 교체를 서둘러야 한다"면서 "오수관에 내부에 유독 가스가 비정상적으로 유출되면 경보가 울리는 감지기를 설치하면 제2의 사고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와중에 조선소와 사하구청이 사고 책임과 관련해 '진실 공방'까지 벌이고 있다. 조선소 측은 이미 경찰 조사과정에서 여러 차례 '화장실에서 악취가 심해 사하구청에 민원을 넣었다'고 진술했다. 조선소 측은 "구청에서 나와 어쩔 수 없다고 하니 평소에도 악취가 나도 어련히 냄새가 나는구나 싶었다"면서 "회사 상시 인력이 11명인데 실제로 소규모 화장실 배수관까지 관리하기 힘들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사하구청은 2019년부터 현재까지 해당 조선소에서 유독가스 관련 민원을 접수한 적이 없다고 반박한다. 인근 주민이 조선소 페인트 도색에 따른 비산먼지 피해로 2020년 3회, 올해 1회 등 총 4차례 민원이 접수된 게 전부라고 밝혔다.

사하구청 구민소통과 관계자는 "관련 부서에 모두 문의해 봤지만, 해당 조선소에서 유독가스 관련해서 민원이 접수된 것은 없다"면서 "해당 지역은 악취 관련 민원은 많이 들어오는 곳인데, 문제가 되는 곳에는 페인트 관련 행정지도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김성현·이상배 기자 kk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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