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준현의 사람 사는 경제] 공직의 비용과 편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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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회경제교육연구소장

대학에는 이륜자동차를 타고 등하교하는 학생들이 제법 있다. 그런데 이 이륜차의 상당수가 등록도 하지 않고 보험도 들지 않은 무적 차량이라는 게 문제다. 그래서 내가 강의하는 대학에서 무적 이륜차를 단속하겠다고 공지했더니, 학교 홈페이지에서 작은 논쟁이 일어났다. 단속에 반대하는 한 학생이 말하기를, 이륜차를 등록하고 보험에 가입하는 데에는 비용이 드는데 그만큼의 편익이 없으니 자신은 등록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누가 경제학적으로 사고한다는 게 무슨 뜻이냐고 물으면 나는 비용과 편익의 분석이라고 대답한다. 그런데 여기서 더 중요한 원칙이 있다. 비용이 없으면 편익도 없다는 것이다. 편익이 누가 굳이 말해 주지 않아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실천한다. 그러나 비용이 없으면 편익도 없다는 원칙은 많은 이들이 모르거나 알면서도 지키려 하지 않는다. 비용이 아깝기 때문이다. 자동차를 등록하는 이유가 꼭 세금을 부과하기 위해서는 아니지만 이륜차든 승용차든 모든 자동차는 도로를 이용하고 정부가 제공하는 교통 서비스를 이용하는 편익에 대한 비용을 지불해야 옳다. 자동차를 운전하는 사람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사고에 대비하는 편익을 위해서 보험에 가입하는 비용을 지불해야 옳다. 편익이 없어서 등록비와 보험료를 지불하지 않겠다는 말은 오토바이는 타고 싶은데 비용은 지불하고 싶지 않으니 훔쳐서 타겠다는 것과 같은 이야기다.

이륜차 등록 편익이 없다는 이들
비용이 없으면 편익도 없어
도로와 교통 정보 서비스도 편익

윤석열 최재형 대선 도전장
공직의 편익은 임기 보장과 중립
공직의 비용은 제대로 지불 않아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감사원장이 대선에 도전한다고 한다. 피선거권을 가진 대한민국 국민이 선거에 나서겠다는데 누가 말리겠냐마는, 문제는 이 두 분이 임기를 보장받은 공직자들이라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몇몇 공직의 임기를 법으로 보장해, 설령 임명권자인 대통령이라 하더라도 임기 동안에는 파면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검찰총장이나 감사원장이 바로 그런 예인데, 그 이유는 당연히 공직자들이 임명권자의 눈치를 보지 말고 원칙과 소신에 따라 자기 임무를 다하라는 뜻이다.

윤 전 총장이 여권의 압력에도 조국 전 장관 일가족에 대한 수사를 강행할 수 있었던 것도, 최 감사원장이 지금은 검찰총장이 된 김오수 전 차관을 감사위원에 제청해 달라는 청와대의 거듭된 요청을 거부할 수 있었던 것도 이들의 임기가 법으로 보장되어 있기 때문이다. 임기의 보장은 공직의 권리 즉 공직의 편익인 것이다.

그렇다면 공직의 의무 또는 공직의 비용은 무엇일까? 대통령도 자기 마음대로 내치지 못하는 그 임기를 다 채우는 일이다. 임기의 보장은 권력의 눈치를 보지 말고 임기에 연연하지 말고 정치적 중립을 지키면서 소신껏 일하라는 뜻이다. 그런데 공직자가 개인의 정치적 영달을 위해 임기를 중도에 포기한다면 이것은 정치적 중립의 원칙에 대한 더 큰 위반이고 훼손이다.

최 감사원장이 김오수 전 차관의 제청을 거부한 이유는 김 전 차관이 정치적 편향을 가지고 있어서 정치적 중립의 의무를 지킬 수 없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나아가 그것을 헌법이 부여한 감사원장의 의무라고 강변하기까지 했다. 다만 그렇다면 재임 중인 감사원장이 임기를 저버리고 정당에 들어가 선거에 출마하는 일은 과연 정치적으로 중립적인가? 어쩌면 이때 이미 최 원장은 김 전 차관보다 더 극단적인 정치적 편향성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갑자기 대한민국 헌법이 우스갯거리가 되어 버리는 순간이다. 대학생이야 아직 어리니 그럴 수 있다. 하지만 국민들이 우러러보는 높은 자리에 앉은 공직자들이 오토바이는 타고 싶지만 등록비나 보험료는 내지 않겠다고 떼를 쓰는 모습은 처량하기 짝이 없다. 공직의 비용을 제대로 지불하게 할 제도의 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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