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간판만 내걸어도 이긴다? ‘이준석 신드롬’에 취한 지선 후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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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이준석 현상’은 국민의힘의 부산·울산·경남(PK) 내년 지방선거에 득이 될까, 아니면 독이 될까.

현재까지의 진행 상황을 보면 부울경 지방선거에 도움이 되기보다 오히려 역효과가 예상된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국민의힘 소속 PK 국회의원들이 ‘이준석 신드롬’만 믿고 안이하게 내년 지방선거 준비를 하고 있는 데다, 부울경 출마 예정자들도 지역구 관리를 포함한 득표활동을 소홀히 한다는 비판이 나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보수 성향 후보가 난립하는 것도 마이너스 요인이다.

“대선 이기면 지방선거도 승리”
PK 국민의힘 출마 예정자들
이준석 효과 믿고 득표활동 소홀
보수 성향 후보 난립 역효과도
중진들, 시당위원장에 손사래
결국 초선 백종헌 의원 ‘낙점’
여권 후보 ‘지역구 올인’과 대조


국민의힘 부산시당위원장 선출이 대표적이다. 통상적으로 중요 선거가 있는 해에는 중진들이 시당위원장을 맡는다. 풍부한 노하우와 두터운 인맥을 가진 중진들이 ‘지휘봉’을 잡아야 어떤 경우에도 주도면밀하게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내년에는 20년 만에 대선과 지방선거가 동시에 실시된다. 하지만 부산의 3선 이상 중진들은 갖가지 ‘핑계’를 내세워 부산시당위원장을 거부하고 있다.

차기 부산시당위원장 선출 방식은 더욱 심각하다. 국민의힘 부산 의원들은 당초 7일 모임을 갖고 차기 시당위원장 문제를 논의키로 했다. 시당위원장 선출 공고에 앞서 부산 의원들이 모여 차기 위원장 결정 방식을 협의하던 관례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부산시당은 부산 의원들 전체모임 하루 전에 후보 공모를 끝내 버렸다. 부산시당에선 “시당위원장과 사무처 등이 협의해서 결정했다”고 해명했지만 기존 관행을 철저하게 무시한 것이다.

이 때문에 이날 부산 의원 모임은 단독 후보인 백종헌 의원을 사실상 추인한 ‘거수기’에 불과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로써 백 의원은 이날 차기 부산시당위원장으로 잠정 낙점됐다.

이와 달리 경남도당은 8일 전체 국회의원 모임에서 의견 조율을 거쳐 9일 등록 공고를 내고 12일 후보등록을 받는다. 울산은 박성민 의원을 차기 시당위원장으로 내정했지만 아직까지 공고를 내지 않고 시도당위원장 선출 시점인 23일 이전에 운영위를 열어 최종 결정한다.

부산의 한 의원은 “대선을 관리하는 중요한 자리인데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방식으로 (시당위원장)선출이 진행돼선 안 된다”고 했다.

부울경 지방선거 출마 예정자들의 준비 태도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단지 ‘이준석 돌풍’으로 내년 3월 대선에서 보수 정권이 탄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로 득표활동을 사실상 외면하고 있는 상황이다. 20대 대선에서 이기면 6월 지방선거에서 ‘당 간판’만 내걸어도 승리할 수 있다는 안이한 인식이다. 대부분의 민주당 PK 출마자들이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지역구 관리에 올인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준석 체제’가 보수 성향 부산교육감 후보 단일화에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초 보수 성향 후보들은 “내년 교육감 선거에서 보수 후보가 힘을 뭉쳐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다. 실제로 일부 단체에서 후보 단일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 대표 체제가 들어선 이후 국민의힘 지지도가 상승하자 일부 후보가 ‘독자 출마’를 모색하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권기택 기자 kt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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