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가 보지도 못한 학교…” 캠퍼스 떠나는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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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지역 대학이 신입생 충원에 골머리를 앓는 상황에서 재학생들이 학교를 이탈하는 경우까지 늘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 속에서 '설상가상'이다.

8일 대학알리미 등에 따르면 부산 대학가의 자퇴율이 증가 추세다. 부산대의 경우 2016년(2015년 3월~2016년 2월) 434명 수준이던 자퇴생은 2021년(2020년 3월~2021년 2월) 642명(추정)으로 증가했다. 재적학생 수 대비 학업을 중단한 학생(미등록, 미복학 등)을 나타내는 ‘중도탈락학생비율’도 느는 추세다. 2016년 2.5% 수준이던 이 비율은 지난해 2월 3.3%로 늘었다.


비대면 수업에 소속감도 떨어져
부산 지역 대학 자퇴율 증가세
학교·전공 불만족 ‘반수’ 등 선택
신입생은 줄고 자퇴생은 늘고…
각 대학, 재정난 가중 ‘전전긍긍’

타 대학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부경대는 2016년 434명 수준이던 자퇴생이 지난해 586명으로 증가했다. 동아대 역시 2016년 자퇴생 수는 453명을 기록했지만 지난해에는 576명으로 크게 늘었다. 동명대의 경우 2016년 379명에서 지난해 632명으로 큰 폭으로 상승했다. 더욱 심각한 건 재학생이 줄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이다. 부경대의 경우 2016년 재적학생은 2만 4648명이었지만 지난해는 2만 2893명으로 감소했다. 전체 학생 수가 1500명 이상 줄었지만 자퇴생 수는 오히려 느는 모습이다.

자퇴를 선택하는 학생들은 이른바 ‘상위학교’로 진학하기 위해 반수를 선택하거나, 학교·학과 생활에 만족감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코로나19로 대면 수업을 제대로 못하는 현실은 자퇴를 더 부추긴다. 지난해 부산의 한 대학을 자퇴한 조 모(24)씨는 학교 수업방식과 캠퍼스 분위기에 실망감을 느꼈다고 했다. 조 씨는 “대학을 꼭 가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에 성적에 맞춰 진학했지만 고민이 컸다”며 “휴학도 해 보고 시간도 가져 봤지만 결국 자퇴하고 경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다”고 말했다.

부산대를 다니다 중국 유학을 위해 자퇴를 선택했다는 이 모(28) 씨도 비슷한 고민을 털어놨다. 이 씨는 “처음 입학했을 때는 학교에 대한 고민을 별로 하지 않았지만 군 입대 이후 더 좋은 학교로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중국어를 배우는 등 본격적으로 유학을 준비하기 위해 자퇴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이런 현실에서 대학들의 재정난은 가중된다. 부산의 한 사립대 입학사정관은 “현재까지는 크게 눈에 띄는 수준은 아니지만 학생이 빠져나가는 것이 점점 체감된다”면서 “지금도 학교 시설물을 매각하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는 상황인데 앞으로는 타격이 더 클 것”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부산의 지역 대학도 학생 이탈을 막을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난해 동의대학교 지방자치연구소가 발표한 ‘대학생의 학업중단 영향요인 분석’ 논문은 “어떤 성향의 학생들이 중도탈락하는 비중이 높은지 파악하고 그 집단을 기준으로 선제적으로 대학이 상담이나 학업 프로그램 등 필요한 지원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논문을 쓴 동명대 차지철 교수는 “학생이 대학에 머무는 시간이 많으면 이탈 가능성이 낮아진다는 연구가 있다”며 “자퇴 학생들을 대상으로 이유를 파악하고 이를 데이터베이스로 만들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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