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공사 현장 안전에는 예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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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동엽 건축사 부산광역시건축사회 이사

최근 광주 동구의 재개발 현장 철거 중에 발생한 붕괴사고는 안전에 대한 국민의 경각심을 일깨우는 또 하나의 계기가 되었다. 예상치 못한 급작스러운 사고로 많은 이가 목숨을 잃거나 크게 다치다 보니 세간의 이목이 쏠릴 수밖에 없었고, 이를 둘러싼 수많은 전문가의 갑론을박이 오가고 있다.

이중엔 건축사의 해체감리를 문제시하며, 종합감리업체의 해체감리를 제안한 의견도 있었다. 그러나 종합감리업체는 이미 해체감리 가능 업체로 포함돼 있다. 문제는 턱없이 낮은 대가에, 많은 위험까지 감수할 종합감리업체가 과연 있을까. 실제 해당 업무에 참여하고 있는 건축사사무소와 기술사사무소도 사회적 책임과 의무감으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사실 해체공사 및 건축물 안전관리를 위한 ‘건축물 관리법’은 2019년 제정되어 작년 5월부터 시행된 법안인 만큼 아직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 많다. 광주 사고는 불법 재하도급의 문제를 비롯해 부실한 해체계획서 및 미흡한 검토, 그리고 이조차 지키지 않은 시공자의 안이함이 복합적으로 빚어낸 참사이다.

건축물관리법에 따라 지난해 5월부터 건축물을 해체하려면 허가권자로부터 신고 또는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중 △연면적 500㎡ 이상 △높이 12m 이상 △지상층과 지하층을 포함해 3개층 초과 건축물의 해체공사는 허가권자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때 작성해야 하는 해체계획서는 △건축사 △기술사 △안전진단전문기관 등이 할 수 있다. 이 과정에 참여할 해체공사감리자는 건축사법 또는 건설기술진흥법에 따라 감리자격을 보유해야 한다. 실무경력이 필요한 것이다. 여기에 해체공사 관련 교육도 이수 받아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 지역이 그러하듯 해체공사감리자는 정해진 공정에만 현장을 방문하는 비상주로 감리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감리자가 없는 사이에 시공자는 해체계획서에 따르지 않고 본인의 판단으로 해체공사를 진행하여도 이를 되돌릴 방법이 없는 것이 지금 해체공사의 현실이다. 제도의 운용과 이를 검토하는 과정이 법률상에 명확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비용 절감과 신속만을 강조하고 안전에 대하여는 참혹할 정도로 무관심한 건설업계의 고착된 부실의 행태가 빚어낸 참사이다.

이번 사고는 건축물 해체공사 전반에 걸친 총체적인 문제점들을 드러냈다. 유사한 사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잘못된 관행을 철저히 밝혀내고, 공사 기간 내내 위험을 수반할 수밖에 없는 해체공사에 대한 철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다행히 해체공사의 상주감리를 위한 건축물관리법 개정안 등이 발 빠르게 의원 발의가 진행되고 있기도 하지만, 보다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대안이 필요한 대목이기도 하다. 특히 부산은 전국에서 노후 건축물이 가장 많은 도시인만큼 안전에 더욱 온 힘을 다해야 한다.

이제 우리 대한민국은 세계 여느 나라 못지않은 선진국의 반열에 접어들고 있다. 속도와 효율을 강조하던 지난 시절을 극복한 덕분이다. 이제는 안전을 위한 대책 마련에 주저치 않는 선진적인 사고를 하는 안전하고 건강한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건축 관련 전문가들이 힘을 합쳐 안전한 현장을 만들자, 그것이 우리가 모두 함께 살아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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