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스무 살 여성가족부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한국지방신문협회가 주최한 ‘2021 대한민국 대표 축제박람회’가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부산 해운대구 우동 벡스코에서 열렸다. 김경현 기자 view@

김대중 전 대통령은 2010년 펴낸 자서전에서 “역설이지만 여성부는 ‘여성부가 없어지는 그날’을 위해 일하는 부서”라고 했다. 그런데 ‘그날’이 마침내 도래한 것일까. 대통령 후보를 자처한 몇몇이 뜬금없는 여성가족부(여가부) 폐지 공약을 들고나와 연일 갑론을박하고 있다. 더욱이 여가부를 폐지하고 혹시라도 중복되는 예산 중 남는 것이 있다면 다 긁어서 군 복무를 마친 청년들을 위해 쓰겠다고 한다. 청년을 생각하는 마음이 그토록 간절하다면 ‘청년부’를 만들어야지 왜 애먼 여가부 폐지 타령인지 모르겠다.

우리나라 여성정책 국가기구의 본격적인 출발은 노태우 정부 시절인 1988년 신설된 정무장관(제2)실로 거슬러 올라간다. 여성 분야에 중점을 두며 사회·문화에 관한 업무를 하되, 특히 여성 권익에 영향을 미치는 법률안과 정책 입안을 담당했다. 정무장관실은 1998년까지 이어졌다. 이후 김 대통령은 1998년 대통령 직속 ‘여성특별위원회’를 설치해 여성 정책을 담당하도록 했다. 그러나 위원회는 행정부 자격을 갖추지 못해 조직과 기능, 인력과 예산 등의 한계가 있었다. 결국 2001년 정부 각 부처에 분산된 여성 관련 업무를 일괄해서 관리·집행할 ‘여성부’를 신설한다.

20여 년 전 기각된 논란이 이번에 다시 불거진 것은 유승민 전 의원과 하태경 의원의 주장에 의해서다. 유 전 의원은 “여성가족부가 과연 따로 존재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해묵은 질문을 던졌다. 하 의원은 한발 더 나아가 ‘젠더 갈등’을 지적했다. 여기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동조하고 나섰다. 심지어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이견이 불거졌다. ‘위원회’로 돌아가자는 의견(윤희숙)이 있는가 하면 ‘양성평등부’로 명칭을 변경하자(조수진)고도 했다.

영국 독일 뉴질랜드 같은 선진국도 성평등을 전담하는 독립 부처나 우리나라와 같은 형태의 여가부를 두고 있다. 세계적으로도 97개국에 이른다. 그들이 성평등 수준이 낮아서 그런 것은 아닐 터다. 물론 여가부를 비판하는 여론도 있다. 20년간 독립 부처로 있었지만, 최약체 위상이 이를 말해 준다. 여가부 예산 1조 원 남짓은 550조 정부 예산의 0.2%에도 못 미친다. 게다가 가족(7375억 원)과 청소년(2422억 원) 관련 예산이 79%를 차지하고 있다. 여가부의 역할론에 대해선 성찰이 필요하겠지만 지금은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분발을 촉구할 때다. 여성이 넘어야 할 우리 사회 차별의 벽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김은영 논설위원 key66@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