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고, 죄고’ 널뛰기식 방역에 시민들 “현기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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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된 ‘거리 두기’ 주말 르포

지난 10일 오후 7시, 부산 해운대구 해운대해수욕장 입구 구남로. 한 식당 입구에서 관광객 3명이 가게 주인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들은 이날부터 오후 10시까지만 영업한다는 주인 안내를 듣고 당혹해했다. 김 모(43·서울 중구) 씨는 “친구들이랑 오늘 부산에 왔는데 하필 오늘부터 오후 10시까지만 영업한다고 하니 황당하다”고 말했다.

휴가철을 맞아 여행을 계획했던 시민들도 혼란에 빠졌다. 회사원 이동호(34·부산 해운대구) 씨는 “8명이 묵을 수 있도록 다음 주 주말 부산 펜션을 예약해 뒀는데 취소해야 하나 고민”이라며 “수도권에서만 거리 두기가 강화될 줄 알았는데, 부산까지 불똥이 튀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난감해했다.

“펜션 8인 예약 취소해야 하나…”
단체 여행 계획 관광객 ‘당황’
해운대해수욕장 휴가철에도 한산
자영업자 영업 제한에 ‘한숨’
서면 주점가 일주일 만에 적막감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부산에서도 사회적 거리 두기 3단계에 준하는 방역 조치가 10일 시작됐다. 단체 여행을 계획 중이던 관광객과 시민들은 혼란에 빠졌고, 자영업자들은 영업 제한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수도권 사람들의 '원정 유흥' 등으로 곳곳에서 확진자가 쏟아져 감염 불안감도 아주 높다.

거리 두기 상향으로 10일 오후 6시부터 다음 날 오전 5시까지 사적 모임은 4인까지로 제한됐다. 본격적인 피서철을 앞두고 단체 예약이나 회식 등 사적 모임에도 제동이 걸렸다. 유흥시설은 물론 식당, 카페 등도 오후 10시까지만 매장 영업이 가능하다. 다만, 오전 5시부터 오후 6시 사이에는 8인까지 모임을 할 수 있다.

10일 해운대해수욕장도 과연 휴가철인가 싶을 정도로 한산했다. 조 모(31·부산 남구) 씨는 “코로나 영향인지 사람이 많지 않아 오히려 수영하기 좋았다”고 말할 정도였다. 이날 오후 부산 최대 번화가인 서면도 평소답지 않았다. 오후 11시 30분께 서면 젊음의거리 인근 술집 골목 약 100m 구간은 보이는 사람이 손에 꼽을 정도였다. 지난주 이 일대 술집과 거리가 관광객과 시민들로 북새통이었던 것과 너무나 비교됐다. 하지만 영업이 끝난 오후 10시 직후에는 가게에서 몰려나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서면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정 모(42) 씨는 “이제 10시가 되면 예외 없이 문을 닫아야 한다”며 “방역 조치가 롤러코스터 타듯 하니 자영업자들은 혼란스럽다”고 토로했다. 이날 친구들과 서면에 왔다는 이서연(27·부산 수영구) 씨는 “분명 지난주만 해도 운영시간 제한이 없었는데, 하루하루 코로나19 조치가 급변하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정부와 부산시의 방역 단계 완화가 화를 불렀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부산시는 지난달 24일부터 사회적 거리 두기 개편안을 시범 적용했다. 5인 미만으로 제한됐던 사적 모임을 8인까지 허용하고, 영업시간 제한을 완화했다. 개편안은 이달 1일부터 전국에 적용될 예정이었지만 부산시는 감염세가 안정적이라고 보고 미리 거리 두기를 완화한 것이다. 시민 문 모(41·부산 금정구) 씨는 “시간이 조금 더 걸리더라도 천천히 체계적으로 방역 단계를 풀면서 확산을 막아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수도권 상황은 훨씬 심각하다. 12일부터 2주간 4단계가 적용된다. 오후 6시 이후에는 2명까지만 모일 수 있다.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방역 조치가 덜한 비수도권, 특히 부산으로 피서객이 몰려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른바 ‘풍선효과’가 우려되는 것이다.

김성현·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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