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바이오 랩허브’도 양산 아닌 인천, 어쩌자는 건가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수도권 일극주의’가 도를 넘었다. ‘이건희 기증관’에 이어 바이오 창업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K-바이오 랩허브’ 입지마저 수도권으로 결정되자 전국 지자체에서 정부에 대한 원망이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다. 정부가 지난 9일 경남 양산 등 최종 5개 후보지 가운데 인천 송도를 선정해 비난을 자초한 것이다. 중소벤처기업부의 “국내 대표 바이오 기업이 있고, 산·학·연·병 네트워크가 잘 구축돼 있기 때문이다”라는 설명은 공감하기 어렵다. 결국 수도권이라 뽑아줬다는 말 아닌가. 합종연횡까지 해 가며 의욕적으로 유치를 추진한 전국의 지자체들은 충격과 실망 속에 빠지고 말았다.

부울경 메가시티 가능성마저 흔들어
정부,비수도권 균형발전 책임 다해야

부울경은 수도권을 제외하면 전국 1위의 의료 인프라와 바이오 인재를 보유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게다가 부산은 당초 에코델타 스마트시티에 별도의 유치 신청서를 냈다가 뜻을 접었다. 내년 부울경 특별광역연합 출범을 앞두고 부울경이 부산대 양산캠퍼스에 유치하는 데 대승적으로 힘을 모으기로 한 것이다. 막판에 정부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깨닫고는 비수도권 지방 의회 9곳은 지난달 “K-바이오 랩허브를 비수도권에 유치해 수도권 편중을 완화해야 한다”는 공동성명을 내기도 했다. 수도권만 아니라면 어디라도 좋다고 재차 양보한 것이다. 그런데도 인천을 선정하면 대체 어쩌자는 말인가.

수도권 인구 과밀화의 폐해는 코로나 4차 대유행이 수도권에서 무서운 기세로 퍼지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국토의 12%를 차지하는 수도권 인구가 비수도권 인구보다 많다는 게 상식적인가. 자원을 수도권에 쏟아부은 것이 지금의 결과다. 현재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인구 차이 14만 명은 50년 뒤엔 200만 명까지 벌어진다는 전망이 나온다. 사회경제적 인프라가 블랙홀처럼 수도권으로 몰리는 반면 지방은 점점 소멸해 가고 있다. 이런 비정상적인 흐름을 멈추게 하지 않으면 대한민국은 지속가능할 수 없다. 수도권에 주택공급을 아무리 늘려도 수도권의 집값 또한 잡을 수 없을 것이다.

최근 일련의 일들은 ‘수도권 중심주의’가 한계에 달했다는 증거다. 수도권은 이미 모든 인프라가 갖춰져 어떤 평가를 해도 유리하다. 같은 논리라면 앞으로 있을 공모사업도 죄다 수도권에 돌아가야 한다. 양산의 윤영석 국회의원은 “이번 결정은 부산대 양산캠퍼스 의료특화단지 조성을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던 문재인 정부가 국민과의 약속을 파기한 것”이라며 “지역균형발전을 염원하는 양산시와 많은 지자체에 큰 허탈감을 안겼다”고 했다. 정부의 이번 결정은 부울경 메가시티의 가능성마저 흔들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국토균형발전 정책은 꽃도 피워보기 전에 시들었던 말인가. 대한민국 정부는 수도권만의 정부가 아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균형발전을 위해 마땅히 그 책임을 다해야 한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