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일기] ‘박 시장 100일’ 대화보다 변화가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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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준영 사회부

오는 16일은 박형준 부산시장이 업무를 시작한 지 100일 되는 날이다. 이날 박 시장은 시민 100명을 초청해 자신의 시정철학과 비전을 ‘토크 콘서트’로 풀어낼 예정이었다. 최근 들어 코로나 사태가 심각해지는 바람에 행사는 취소됐지만, 대화와 소통을 중시하는 박 시장의 평소 인식이 고스란히 드러난 기획이었다.

예상치 못한 질문에 막힘 없는 답변을 쏟아내고, 현안을 유려하게 풀어내는 언변은 역대 부산시장들에게서 찾아보기 힘들었던 박 시장만의 강점이다. 보수에서 중도까지 아우르는 분석과 대안 제시는 각종 시사 프로그램은 물론 지난 보궐선거에서 박 시장을 단연 빛나게 했다.

그래서 그런지 취임 이후 박 시장 행보에는 그의 장기인 토크, 대화, 소통 등의 키워드가 꼬리표처럼 붙는다. 박 시장은 지난 6일 지역 대학 위기를 주제로 무려 100분짜리 라이브 토크쇼를 펼치기도 했다. ‘오픈 캠퍼스 미팅’이라는 이름으로 직접 대학을 순회하며 대학생, 취준생과 질의응답을 나누는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동네 주민들과 직접 만나 민원을 듣는 ‘15분 도시 부산 비전 투어’와 젊은 서포터들과 소통하는 ‘엑스포와 미래부산 토크쇼’에서도 유려한 말솜씨를 뽐냈다. 직원들이 ‘원고가 따로 필요 없다’고 할 정도다.

하지만 대화와 소통만으로 시정을 이끌어 갈 수는 없다. 체감할 수 있는 변화가 필요하다. 오거돈 전 시장의 성추행 사퇴 이후 부산시정은 제자리를 맴돌았다. 정무적 판단이 힘든 권한대행 체제의 한계였다. 부산시민이 박 시장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보낸 것은 멈춰선 시정에 시동을 걸어 줄 적임자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 시장이 약속했던 공약들은 제대로 발걸음을 떼지 못하고 있다. 요즈마 그룹과 1조 2000억 원 규모의 창업펀드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은 부실 의혹에 휩싸였다. 어반루프 사업은 시의회에서 용역예산이 전액 삭감되며 벽에 부딪혔다. 유치에 사활을 걸었던 ‘이건희 기증관’도 결과적으로 수도권 일극주의에 한풀이만 한 꼴이 됐다.

100일은 성과를 내기에 충분한 시간이 아닐 수 있다. 시장 의지와는 무관하게 뒤틀려 버린 일도 있다. 하지만 시정은 결과로 이야기하고, 공과는 오롯이 시장의 몫이다. 박 시장은 당선이 확정된 순간 “혁신의 파동이 물결칠 수 있다는 것을 시민 여러분께서 체감하도록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그 약속은 지켜지고 있는가. 지금, 스스로 뒤돌아볼 때다. j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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