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론 반대 뒤로는 추진… 부산시, 대체거래소 ‘두 얼굴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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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대체거래소(ATS) 설립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지만, 정작 부산시는 이에 대한 일관된 정책 없이 ‘오락가락 횡보’만 거듭하고 있다. 부산시는 ‘ATS는 시기상조’라고 주장하면서도, 한편으로는 ATS와 코인거래소를 합친 통합거래소 설립을 검토 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ATS가 금융중심지 부산에 미칠 여파를 고려할 때, 하루빨리 일관된 입장을 정해 문제를 정면돌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금껏 부산시는 대체거래소 설립에 대해 반대 입장을 고수해 왔다. 우리나라 증시 규모를 고려할 때 아직 대체거래소가 시기상조라는 것이 큰 이유다. 대체거래소가 생겨나 한국거래소의 주식 매매 체결 기능이 분산되면 지방세수 감소는 물론 금융중심지 위상이 추락할 것이라는 우려도 반대의 한 이유였다.

세수 감소·금융중심지 추락에
시 “시기상조” 반대 입장 고수
‘ATS+가상자산’ 합친 새 형태
통합거래소 부산 설립 검토
시장 공약 추진 무리수 지적도

최근 ‘ATS 설립을 인정하고 부산 유치를 위해 힘써야 한다’는 일부 여론과 시 내부 의견도 있었지만, 수차례 검토 결과 ‘ATS 추진은 시기상조’라는 기존 부산시 입장을 유지하기로 했다. 13일 부산시 고위 관계자는 “ATS 설립을 막기 어렵다는 분위기에 밀려 ‘부산 유치’로 입장을 선회해 봐야 유치 가능성도 희박하고, ATS 설립 명분만 인정하는 형국이 될 것”이라며 “지역 경제계와 힘을 합쳐 ATS 설립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ATS는 시기상조’라고 주장하는 부산시가 또 다른 한편으로는 ATS와 가상자산거래소를 합친 새로운 형태의 거래소 설립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부산시와 시 산하 부산산업과학혁신원(비스텝·BISTEP)이 함께 기획하고 있는 ‘부산 디지털자산거래소 구축을 위한 연구’의 주내용을 보면 ATS 설립을 추진하는 대형 증권사들이 가상자산거래소를 함께 운영함으로써 가상자산거래소의 신뢰도를 높이고, 가상자산까지 상품으로 취급함으로써 ATS 추진의 가장 큰 걸림돌인 수익성 문제도 해결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부산시가 겉으로는 ‘ATS 반대’를 외치면서 다른 한편으로 또 다른 ATS를 추진하는 이중적인 행정에 대해 여기저기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부산시의 한 공무원은 “ATS의 필요성을 인정할 수 없어 ‘부산 유치’ 추진을 반대한 부산시가 또 다른 형태의 ATS 설립을 검토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며 “통합거래소(ATS+가상자산거래소) 설립안이 수면 위로 떠오를 경우 부산시가 지금껏 주장해 온 ‘ATS 무용론’의 명분을 잃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

게다가 이런 일관성 없는 행정이 박형준 시장의 선거 공약을 무리하게 추진하려다 생긴 해프닝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박 시장 공약이던 ‘디지털자산거래소(가상자산거래소) 설립’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부딪힌 여러 제도적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ATS 형태를 끌어오려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부산시 관계자는 “통합거래소 추진에 대한 건은 아직까지 단순히 아이디어 차원일 뿐”이라면서도 “행정의 일관성이나 ATS에 대한 부산의 효과적인 대응을 위해서라도 조만간 상충되는 부분에 대한 입장 정리는 필요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대체거래소 설립은 2013년 법적 근거가 마련된 후 꾸준히 시도됐지만 거래량 규제와 그에 따른 수익성 우려,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른 반발로 추진 동력을 얻지 못했다. 이후 거래량 규제가 완화됐고, 지난해부터 주식 활황으로 거래량이 크게 늘어 수익성 우려가 걷히면서 논의는 다시 본격화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와 대형 증권사들로 구성된 ATS 설립준비위원회는 올 5월 글로벌 컨설팅사인 베인앤컴퍼니에 ATS 설립 타당성 조사 용역을 맡겼고, 이달 중 그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김종열 기자 bell10@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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