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그릇이면 힘 나는 상황!...부산 서면 개성상황버섯삼계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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쫄깃한 전복 덕분에 영양이 풍부한 전복상황삼계탕.

장마와 무더위가 반복되는 본격적인 여름철이 찾아왔다. 높은 습도와 뜨거운 태양에 거듭 시달리다 보면 체력은 떨어지기 마련이다. 이럴 때 가장 좋은 보양음식은 역시 뜨끈한 삼계탕이다. 닭고기는 육류 중에서 가장 값이 싸고 맛이 담백한 영양식품이다. 소화가 잘되는 양질의 단백질과 지방, 탄수화물, 무기질은 물론 비타민B1과 B2가 골고루 들어 있다.

부산 서면 롯데백화점 인근에 40년 경력을 자랑하는 요리사가 만드는 삼계탕이 있다. 1979년부터 식당을 경영했다는 최길문(74) 씨의 ‘개성상황버섯삼계탕’이 바로 그곳이다.

40년 경력 요리사, 2008년부터 13년간 운영
상황버섯 넣고 끓인 육수 진하고 깊은 맛
살점은 녹아내리는 듯이 연하고 부드러워

최 씨는 열여섯 살 때부터 식당에서 일했다. 1945년에 문을 연 서면의 1호 일식집이었던 ‘한푼리’에서 근무한 게 계기였다. 10여 년 간 여러 식당에서 일한 그는 1979년 서면 문화호텔 옆에 자신의 일식집을 처음 열었다. 장사는 잘 됐지만 건강 문제로 더 이상 일식집을 꾸리기 어렵게 됐다.

최 씨는 일이 덜 힘든 음식에 새로 도전하기로 했다. 부인 김복순 씨와 딸 최소윤 씨가 일을 돕기로 했다. 이렇게 해서 시작한 게 늘 만들어보고 싶었던 삼계탕이었다. 그것이 2008년이었으니 벌써 13년이 흘렀다. 처음에는 사하구 감천동에서 10년 이상 삼계탕 가게를 하던 친구에게서 조리법을 배웠다. 여기에 자신의 조리 노하우를 섞어 새로운 레시피를 개발했다. 그것이 오늘날 개성상황버섯삼계탕의 기본이 됐다.

개성상황버섯삼계탕의 대표 메뉴는 상황삼계탕이다. 상황버섯은 항암, 면역 및 항산화 활성 등의 효과를 갖고 있어 영양식품으로 제격이라는 데에서 착안한 메뉴였다.

상황삼계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육수다. 상황버섯, 대추, 마늘, 엄나무는 물론 해바라기 씨, 땅콩, 호박씨 등 견과루 가루를 넣고 육수를 끓인다. 여기에 녹두, 찹쌀과 닭을 넣고 다시 끓인다. 이렇게 끓이고 우려내는 데 걸리는 시간만 두 시간이다. 오전에 미리 육수를 끓이고 닭을 넣어 다시 끓여놓은 뒤 손님의 주문이 들어오면 밤, 대추, 인삼을 넣고 데워 상에 올린다.

육수를 끓일 때에는 닭과 상황버섯만 넣는다. 사골, 닭다리 등을 넣으면 원가를 낮출 수 있지만 원래의 삼계탕 맛을 해치는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닭은 400g 안팎의 40일짜리 닭을 사용한다. 상황버섯은 부산 금정구 두구동 농장에서 가져온다. 겉절이, 깍두기, 양파절임 같은 반찬은 모두 직접 만든다.

상황삼계탕 국물은 아주 산뜻하고 상큼한 맛이다. 이런 걸 두고 시원하다고 하는 모양이다. 처음에는 약간 가벼운 느낌을 주지만 먹을수록 진하고 깊은 맛이 우러나온다. 고기는 녹아내리듯 아주 부드럽고 연하다.

상황삼계탕을 기본으로 해서 옻상황삼계탕, 전복상황삼계탕, 홍삼상황삼계탕, 산삼상황삼계탕, 스페셜상황삼계탕 등이 나온다. 전복은 생전복을, 홍삼은 가루를 사용한다. 스페셜은 전복과 산삼삼계탕을 합친 것이다. 옻은 손님은 물론 직원들의 안전을 생각해 독성을 제거한 가루제품을 사용한다.

삼계탕만 판매하는 것은 아니다. 어린 닭을 튀긴 영계구이도 있다. 재래식 통닭인 셈이다. 튀긴 직후에 바로 먹으면 고소한 맛이 좋아 술안주로 많이 찾는다. 기름기가 없어 비교적 담백하면서 짜지 않다. 고기는 아주 연하다.

한일관계가 나빠지고 코로나19 대유행이 찾아오기 전에는 개성상황버섯삼계탕에는 일본과 중국에서 온 여행객들이 많이 찾아왔다. 단골손님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두 가지 일이 겹치면서 상황은 많이 달라졌다.

최 씨는 “롯데백화점 주변에는 삼계탕 가게가 4개 정도 있다. 손님마다 입맛이 다르고 가게마다 삼계탕 맛도 다르다. 우리는 제대로 된 재료로 정성을 다한 음식을 만들어 손님들에게 대접하는 것을 경쟁의 무기로 삼는다”고 말했다. 그는 “요리에는 표준이 없다. 40년간 음식을 만들었지만 알면 알수록 어려운 게 요리다. 앞으로 더 연구하고 공부해서 좋은 음식을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개성상황버섯삼계탕/부산 부산진구 가야대로784번길 45. 051-806-6369. 영계구이 1만 원, 상황삼계탕 1만 4000원, 옻·홍삼상황삼계탕 1만 7000원, 전복·산삼상황삼계탕 2만 5000원, 스페셜삼계탕 3만 원.

글·사진=남태우 선임기자 le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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