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기증관 서울행’ 정치권·중앙 문화계도 뿔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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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국가기증 이건희 소장품관’(가칭·이건희 기증관) 건립 후보지 일방통행식 결정에 대해 전국 지자체와 문화·시민단체들이 강력히 반발하는 가운데 정치권과 수도권 미술인들까지 부당성을 지적하며 가세했다. 국회 문체위와 예산결산특위 소속 위원들이 이건희 기증관 선정 과정의 편향성과 불공정성을 연일 지적하고 건립 철회를 요구했음에도 정부는 귀를 닫은 채 기존 수도권 일극주의적 입장만 되풀이해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박형준 부산시장은 이건희 기증관 서울 건립 결정을 내년 대선까지 이슈화할 것을 선언했다.

“장관이 서울 가이드라인 줬다”
국회 예결위·문체위 위원들
입지 선정 불공정성·편향성 질타
정부, 입찰공고 내고 강행 시사
미술계 “시설 성격 모호” 비판

국민의힘 김승수 의원은 14일 밤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부겸 국무총리에게 이건희 미술관 서울 건립과 관련해 “전국에서 규탄의 목소리가 높다”며 “정부가 대국민 사기극을 벌였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고 질타했다. 김 의원은 “문체부 장관은 두 달 전 언론 인터뷰에서 수도권에 절대적 유리한 조건인 접근성을 언급했고, 지자체 간 유치 경쟁은 국고 손실 예상된다면서 건립 위치를 서울로 시사하는 ‘가이드라인’을 줬다”고 꼬집었다.

김 의원은 이건희 미술관 부지 결정에 핵심 역할을 한 ‘국가기증 이건희 소장품 활용위원회’(활용위원회) 구성에도 문제를 제기하며 “위원 11명 대부분이 수도권 분들인데 누가 지역의 의견을 대변하겠느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40여 개 지자체가 이건희 기증관 유치를 희망했는데 설명할 기회조차도 주지 않았다”며 정부의 수도권 일극주의적 태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김 총리는 “저는 국토균형발전론자로 수도권으로 집중된 기회 자체가 조금은 지역과 나눠야 한다는 입장이다”면서도 “활용위원회가 중요시한 기준에 대해선 잘 알지 못한다”고 말을 아끼며 책임을 회피했다.

전날인 13일에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황희 문체부 장관이 이건희 기증관 관련 질문을 받고 “정치적으로 결정될 사안이 아니다”며 재고할 의사가 없음을 밝혀 문제가 됐다. 황 장관은 이날 “지자체의 분노가 들끓고 있다” “활용위원회 구성 전문가들에 지역문화를 대변할 사람이 거의 없다. 지방문화균형발전을 위해 수도권 유치 결정을 철회하고 공모를 하자”는 위원들의 질책에 “국민 문화 향유권을 극대화시키라는 기증자의 정신에 따른 것”이라는 알맹이 없는 답만 되풀이했다.

이런 가운데 문체부는 13일 오후 ‘긴급 공고’로 조달청 나라장터에 ‘기증품 특별관 건립 기본계획 연구’ 입찰 공고를 올리며 서울 종로구 송현동과 용산구 용산가족공원 근린 부지로 압축한 기존 안 강행을 시사했다. 이에 미술계 인사 677명으로 구성된 ‘국립근대미술관을 원하는 사람들의 모임’은 “새롭게 건립될 시설의 성격이 모호할 뿐만 아니라 비전과 미션조차 분명치 않다”며 “국민과 논의 없이 기증품의 내용과 문화적·미술사적·미학적 평가도 마치지 않고, 보존관리에 필수적인 조사조차 거치지 않은 채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매우 허접하고 부실하기 짝이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문화연대 등 60여 개 시민사회단체도 15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이건희 기증관 건립 계획 철회를 요구했다. 남유정·이은철·오금아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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