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변화가 부른 ‘100년 만의 폭우’에 서유럽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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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와 홍수가 독일을 비롯한 서유럽을 휩쓸면서 200명에 가까운 시민들이 목숨을 잃었다. 전문가들은 기후 변화로 인한 이례적인 폭우가 반복될 가능성이 큰 만큼 대비체계를 재정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18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 14∼15일 독일과 벨기에·네덜란드 접경 지역을 강타한 폭우와 홍수로 이날 현재 독일에서만 156명이 숨졌으며, 벨기에에선 27명이 사망했다.

14일부터 이틀 동안 ‘물 폭탄’
독일·벨기에 등서 183명 숨져
수백 명 실종되고 수만 명 대피
끊긴 전화·통신망 복구도 안 돼


독일 당국은 600명 이상이 부상을 입었고 실종됐거나 연락이 닿지 않는 이들 역시 수백명에 달하는 만큼 인명 피해가 더욱 늘어날 것을 우려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수해로 끊긴 전기와 전화, 통신망이 복구되지 않았으며 높은 수위 때문에 접근이 불가능한 곳도 있다.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은 피해 지역을 방문해 희생자들과 유족들을 향해 애도의 뜻을 표했다. 그는 전체 피해 규모를 확인하는 데 수주가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AFP통신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이날 홍수 피해 지역인 라인란트-팔라티나테 주의 마을 슐트를 방문한다고 보도했다.

벨기에 위기센터는 지난 17일 오후 홍수로 자국에서 27명이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또 연락이 닿지 않는 103명을 실종 추정자로 분류했다. 피해 지역에서는 주민 구조, 수색, 시설 복구 작업이 계속되고 있다.

알렉산더르 더크로 벨기에 총리와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도 지난 17일 오후 피해 지역을 방문했다.

네덜란드 역시 지난 이틀간 수만 명에 달하는 주민이 대피했으나 18일 오전까지 인명 피해는 보고되지 않았다.

100∼150mm 가량 쏟아진 이번 물폭탄은 이들 지역에서 평소 한 달여 기간의 강수량에 해당한다. 특히 15일 오전까지 24시간 동안 기록된 쾰른의 강수량은 154mm로, 7월 월평균(87mm)의 두 배에 육박했다. 100년만의 폭우로 평가됐으며, 우베 키르셰 독일 기상청 대변인은 ‘1000년만의 폭우’라고 언급했다.

한여름인데도 20도의 낮은 기온에 비가 내리던 라인강변에 천둥·번개를 동반한 저기압 베른트가 나타나면서 이번 폭우가 시작됐다. 독일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 차이퉁(FAZ)에 따르면, 지중해에서 남프랑스를 거치며 온난다습한 공기를 가득 머금은 베른트는 바람이 거의 불지 않는 독일 서부의 특성에 따라 천천히 움직이면서 라인란트팔츠주와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에 이틀간 비를 쏟아부었다. 워낙 많은 비가 단시간에 내려 평소엔 범람할 위험이 없던 작은 강이나 소하천에서 홍수가 일어난 점도 피해를 키운 요인으로 꼽힌다.

이처럼 기후 변화로 인한 기록적인 폭우가 반복될 가능성이 큰 만큼 경보·대응체계를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기후 변화 영향을 연구하는 헤일리 파울러 뉴캐슬대 교수는 “극단적 이상 기후에 대비해 기반시설들을 재설계해야 한다”며 “현재 치수능력을 뛰어넘는 대형 홍수가 올 것이기 때문에 경보·비상관리체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독일에서는 두 달여 뒤 총선을 앞두고 ‘이상 기후 대비’가 주요 정치 의제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후계자로 꼽히는 아르민 라셰트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지사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역사적 규모의 재앙적 홍수를 겪고 있다”라면서 “독일을 기후에 안전한 국가로 만들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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