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칙 봉합’ 나선 신구주류… 부산시의회 부끄러운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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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보=부산시의회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 선임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사임계를 낸 위원들 자리에 상임위원회 위원장들을 배치하기로 했다. 시의회를 장악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계파 싸움’에 골몰하면서 시의회 권위를 실추시킨다는 지적(부산일보 7월 20일 자 1면 등 보도)에 따라 양대 계파가 ‘정치적 타협’을 통해 뒤늦게 갈등 봉합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미봉책’에 따른 기형적인 특위 구성으로 인해 예결특위가 껍데기만 남을 가능성이 높다는 비판이 거세다.

사임계 제출 위원 4명 자리에
상임위원장 배치하기로 가닥
민주 양대 계파 간 ‘정치적 타협’
위원장 사임 거부에 ‘고육책’
예결특위 ‘거수기’ 전락 우려
“기형적 특위 미봉책” 비판 거세

부산시의회 신상해 의장은 예결특위 위원 4명의 사임으로 결원이 된 자리에 각 상임위원회 위원장들을 선임하기로 의장단 회의에서 뜻을 모았다고 20일 밝혔다. 위원장 선출 과정에 반발해 사임 의사를 밝힌 위원 4명에 대한 설득 작업이 여의치 않고, 이들을 대체할 위원 인선도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게다가 김민정 신임 예결특위 위원장이 스스로 직을 놓지 않는 이상 야당과 민주당 일각의 주장대로 위원장을 재선출하기도 어려운 까닭에 내놓은 ‘고육책’인 셈이다. 사임계를 낸 위원들도 이 같은 방안에 대체로 수긍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도용회 기획재경위원장과 김태훈 행정문화위원장, 정종민 복지안전위원장, 고대영 도시환경위원장 등 4명이 상임위원장을 겸한 예결위원으로 활동한다는 방침이다.

신 의장은 “코로나19가 재확산하는 엄중한 시기에 시의회 내부 갈등으로 시민들께 심려를 끼쳐 드려 죄송하다”며 “이번 논란을 계기로 시의회가 한층 단단히 뭉쳐 본연의 임무인 시정 견제와 감시, 견인 역할을 차질 없이 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시의회는 특위 위원 명단을 수정한 뒤 오는 23일 본회의 보고를 통해 4기 예결특위 구성을 마무리 짓는다는 계획이다. 이를 두고 일단은 ‘신주류 장악’ 비판에 휩싸였던 예결특위에 ‘구주류’와 중립 성향으로 분류되는 인사들이 합류하면서 특정 세력의 예산심사 독주를 견제할 제동 장치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위원장들로 구성된 변칙 특위’라는 태생적 한계 탓에 한해 18조 원 규모의 부산시와 부산시교육청 예산을 다루는 예결특위 고유의 권한과 책임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더욱 커지는 형국이다. 각 상임위원장 주도로 예비심사에서 조율한 예산안을 예결특위 본심사에서 뒤집기 어려운 구조여서 예결특위가 자칫 ‘거수기’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의회가 사태 해결을 위한 근본적인 해법 대신 미봉책을 고집하면서 시의회 내부 기능 간 간섭과 왜곡이라는 또 다른 문제의 불씨를 남긴 셈이다.

한 전직 시의원은 “자신이 위원장으로 있는 상임위에서 통과해 올린 예산안을 예결특위 위원으로서 조정하는 것은 자기 부정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면서 “예결특위 고유의 역할 훼손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시의회 의장단은 ‘공공기관장 후보자 인사검증 특별위원회’ 구성을 위해 21일까지 상임위 별로 위원 추천을 받은 뒤 호선을 통해 위원장을 선출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민주당은 이번 정례회 폐회 후 의원총회를 열어 차기 원내대표를 선출할 계획이다. 의회 내 계파색이 옅은 김동일 의원과 김정량 의원이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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